미국에서 비무장 흑인이 경찰의 과도한 제압으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민심이 들끓고 있다.
26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전날 오후 8시쯤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가 경찰에 체포되는 과정에서 사망했다. 경찰은 해당 남성이 위조수표 사건 용의자로 “과음한 것 같았고, 경찰관에게 물리적으로 저항했으며, 의학적 고통을 받는 것으로 보였다”고 밝혔다.
경찰의 짧은 성명은 얼마 안 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라온 동영상에 의해 반박당했다. 영상에는 수갑을 뒤로 찬 채 땅바닥에 엎드린 플로이드의 목을 백인 경찰관이 5분간 왼쪽 무릎으로 찍어 누르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옆에 있던 다른 경찰은 행인의 접근을 막으며 동료의 가혹행위를 방치했다. 목격자들이 “이봐, 그는 지금 저항하지도 않고 있잖아”, “그도 인간이야”, “그 사람 코에서 피가 나”라며 말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플로이드는 괴로움의 탄식을 내뱉으며 “목이 아파”, “숨이 안 쉬어져”라고 호소하다 눈을 감은 채 축 늘어졌다.
동영상을 보고 분노한 주민 수천명은 이날 사건현장 인근 거리로 뛰쳐 나왔다. 저마다 ‘숨을 쉴 수가 없다’, ‘흑인 목숨도 중요하다’, ‘플로이드를 위한 정의’ 등의 손팻말을 들고 있었다. 차량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며 시위에 호응했다. 시위대가 몰려가는 바람에 경찰서 정문 유리가 박살나기도 했다.
대낮에 조깅을 하다가 강도 용의자로 오인한 백인 부자(父子)의 총을 맞고 숨진 조지아주의 흑인 청년 아머드 알버리(25) 사건의 여파가 남아있는 터라 파장은 더욱 컸다. 알버리 역시 비무장 상태에서 무고한 죽음을 당한 정황이 지난 5일 동영상을 통해 뒤늦게 드러났다.
미 연방수사국(FBI)은 경찰의 가혹행위가 확인됨에 따라 플로이드의 사망 경위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관련 경찰관 4명은 파면됐다. 제이컵 프레이 미니애폴리스 시장은 파면 조치가 “우리 공동체를 위한 올바른 결정”이라며 “100% 지지한다”고 했다. 그는 해당 경찰관이 플로이드의 목을 누를 이유도 없었고, 규정에도 어긋난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최근 뉴욕 센트럴파크에서는 공원 규정에 따라 반려견 목줄을 채워달라는 요구를 받은 백인 여성이 911에 “흑인이 나를 위협한다”고 신고하는 일이 있었다. 이 모습이 담긴 영상이 널리 퍼지며 논란이 일자 이 여성이 다니던 투자회사는 26일 “우리는 인종차별주의자에게 관용을 베풀지 않는다”며 그를 해고했다.
유태영 기자 anarchy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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