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비무장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의 가혹 행위로 목이 눌려 숨진 사건으로 성난 군중들이 방화와 폭동을 일으키는 등 사태가 심각해지고 있다. 미네소타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주(州) 방위군 소집 명령을 내렸다.
28일(현지시간) CNN방송 등에 따르면 흑인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에서 성난 시위대의 폭동 사태가 이틀째 이어졌다.
수천 명의 군중은 미니애폴리스 도심에서 지난 25일 경찰에 의해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과 관련해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상황을 통제하러 나온 경찰을 향해 돌을 던졌고, 경찰은 최루탄과 고무탄을 발사했다. 일부는 대형마트 등 상점의 유리창을 깨부수고 난입해 물건을 약탈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1명은 총에 맞아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방화도 30여건 발생하면서 곳곳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6층짜리 건물 공사현장은 밤사이 잿더미로 변했고, 주택가와 상점, 차량도 불길에 휩싸였다.
폭동은 미니애폴리스뿐 아니라 미네소타 주도인 세인트폴로도 번졌다. 두 도시는 미시시피 강을 끼고 맞닿아 있어 쌍둥이 도시로 불린다. 시위대는 이날 세인트폴에서 매장을 습격하는 등 20여곳을 약탈하고 불을 질렀다. 미네소타 주의회는 의원과 직원들에게 대피 명령을 내렸다.
상점들은 영업을 중지하고 시 당국은 경전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 운행을 전면 중단했다. 팀 월즈 미네소타 주지사는 미니애폴리스와 세인트폴에 비상사태를 선포, 주 방위군 소집 명령을 내렸다. 월즈 주지사는 성명에서 “플로이드의 희생은 죽음과 파괴가 아닌 정의와 시스템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호소했다.
시위는 점점 미국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날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진 가운데 콜로라도 주의회 의사당을 향해 6∼7발의 총이 발사됐다고 경찰은 발표했다. 뉴욕에서도 폭력 시위가 발생해 경찰이 다치고, 수십명이 체포됐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침을 뱉고, 권총을 뺏으려 했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전날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는 시위대 수백명이 고속도로를 막고 순찰 차량 유리를 박살 냈다. 테네시주 멤피스에서도 시위대와 경찰이 충돌해 2명이 체포됐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