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좌파 시위꾼’ ‘폭도’ ‘약탈자’ 등으로 규정하고, 군 병력을 동원한 강력한 진압 의지를 밝혔다. 미국의 역대 대통령이 소요 사태나 흑인 폭동 등이 발생하면 평화 시위나 질서 유지 등을 강조했던 것과는 상반된 대응이다.
워싱턴DC에서는 시위대가 백악관을 겨냥해 진격을 시도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과 시위대가 맞대결하는 양상이 전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첫 민간 유인 우주선 발사 축하 연설을 하면서 8분가량 폭력 시위를 규탄했다. 그는 “폭도와 약탈자, 무정부주의자들이 플로이드 추모를 먹칠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무고한 이들에게 테러를 가하는 안티파와 급진 좌파 집단이 폭력과 공공기물 파손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안티파는 극우 파시스트에 반대하는 극좌파를 지칭한다. 미 전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시위를 급진 좌파 세력이 주도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를 좌우 이념대결로 몰아가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3일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번 사태를 백인 지지자를 결속하는 데 활용하려는 것이라고 미국 언론은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소요 사태의 책임을 민주당 출신 주지사와 시장에게 전가하기도 했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플로이드가 사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벌어진 시위를 겨냥해 “폭도의 80%가 다른 주에서 왔다”고 주장했다.
미네소타주와 시위가 벌어지는 주요 도시의 시장이 대체로 민주당 출신이라는 점을 겨냥해 이번 사태를 연방정부와 지방정부 간 대결로 끌고 가려는 의도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또 트위터에 ‘약탈이 시작되면 총격이 시작된다’는 글을 올려 시위대를 자극하고, 자신의 대선 구호인 ‘마가’(MAGA: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거론하며 “오늘 밤 백악관에서 마가의 밤을 기대할 만할까”라고 적어 지지자들의 대응 시위를 선동하기도 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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