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인 경찰관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건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반대 시위가 미 전역을 휩쓴 가운데 이번 시위가 미 역사상 가장 광범위한 일로 기록될 것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자체 예비분석 결과 이번 사태는 시위가 발생한 지역 수 면에서 역대 최다인 2017년 1월 ‘여성 행진’(우먼스 마치) 시위를 이미 넘어섰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에 반대하며 취임식 이튿날 열린 여성 행진 시위는 650곳에서 열렸고, 미국 역사상 하루 시위 규모로는 가장 많은 인원이 참여한 집회로 기록돼 있다.
그러나 이번 시위는 워싱턴DC를 비롯해 미국 50개 주 모두에서 열렸고, 과거 전국 단위 시위 때 주목받지 못한 마을이나 도시에서도 수백명 단위의 집회가 열리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더욱이 여성 행진 시위 때와 달리 이번에는 일부 도시에서 하루에 여러 차례 시위가 열리거나 며칠에 걸쳐 지속적인 시위가 열리는 곳이 적지 않다.
WP는 “미국은 이런 규모와 강도, 빈도가 결합해 시위한 적이 거의 없었다”며 “과거 미국은 대규모 집회나 지속적 집회가 종종 있었지만 이 두 가지가 모두 충족되진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960년대 후반 미국의 베트남전 개입에 반대하고 기성세대 가치에 저항하면서 발생한 대학생 중심의 대규모 시위 사태와도 양상이 다르다”고 분석했다. 당시 시위는 주요 도시와 대학 캠퍼스에서 열리고 대부분 미국인은 TV를 통해 이를 지켜봤지만, 이번에는 집회가 보수적 성향의 작은 마을에서도 개최되고 미국인이 직접 참여할 기회가 많아졌다는 것이다.
이번 시위가 광범위하게 퍼지면서 오는 11월 대선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됐다. WP는 “시위가 열리는 곳에 더 가까이 살수록 투표 대상을 바꿀 가능성이 더 커진다”며 “시위는 투표참여자 수뿐만 아니라 어떤 이슈가 정당의 최고 순위에 오를지, 누가 선출될지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지난달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이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사망하게 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경찰 폭력과 인종차별에 분노해 이에 항의하는 동시다발적 시위가 미국 전체로 퍼져나갔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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