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차기 ‘대권 주자’에 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극도로 말을 아꼈다. 김 위원장은 2일 대권 주자로서 이국종 아주대 교수에 대한 생각을 묻자 당황스러운 기색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통합당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최근 당 비대위원 등이 이 교수를 만난 이유를 묻자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이 교수를 대권 주자로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하하하. 난 그런 것 모른다”고 자리를 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앞서 김 위원장이 차기 대선주자를 논하는 자리에서 “백종원씨 어떻냐”고 말해 논란이 된 것을 의식해 실명 언급에 신중한 반응을 보인 것이라 해석했다. 당시 김 위원장의 발언을 두고 당내에서 “백종원보다 임영웅(트로트가수)이라는 조롱이 나온다”며 “허언으로 당이 희화화됐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이번에 언급된 이국종 교수는 그간 통합당에서 여러 번 영입을 시도했지만, 완곡한 거부의 뜻을 드러내 왔다. 외상센터 운영을 두고 아주대병원과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지난 1월 이 교수는 총선 출마 관측이 나오자 “원내 정치도 못 하는데 무슨 역할을 하겠느냐”며 “그냥 교수의 삶을 살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응급환자를 살리는 것에 대한 신념과 열정, 깨끗한 이미지까지 정치권이 탐낼 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인물로, 그를 향한 정치권의 러브콜은 끊이지 않았다. 이 교수는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 대패했을 때 이를 수습할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언급된 데 이어 21대 총선 때도 이름이 오르내렸다. 최근 통합당과 접촉한 것에도 대권 주자 가능성을 염두에 둔 만남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해 초 경기남부권역 외상센터장 자리에서 물러난 이 교수는 2018년 6월부터 아주대의료원 외상연구소장직을 맡아오다 지난 6월1일자로 재임용됐다.
김 위원장 측근 인사들은 2일 연합뉴스를 통해 김 위원장이 통합당 합류 직전 외부인사 2명을 각각 면담하고 대권 도전을 타진했다고 전했다. 두 사람은 일단 “고민해보겠다”고 답해 가능성을 열어뒀고, 최근까지도 김 위원과 연락을 이어오고 있다고 한다. 김 위원장이 만난 외부인사가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김 위원장은 인터뷰를 통해 차기 대권 주자에 대해 “당 밖에서도 꿈틀거리는 사람이 있다”면서 “당에 오기 전에도 대통령감이 어떤 사람일까 관심 있게 관찰하고, 가능성 있는 사람에게 권고도 해봤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대권 주자의 자질에 대해 “공익적 가치에 대한 고민과 노력을 전혀 해보지 않은 사람이 어느 날 갑자기 국가 지도자가 될 수는 없다”고 견해를 밝혔다. 킹메이커를 자처하는 김 위원장이 힘을 실을 대권 주자가 누구일지 그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정은나리 기자 jenr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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