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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숙현 가혹행위’ 의혹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선배 신상 털려…“팀닥터 구타 말렸다” 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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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7-03 12:29:45 수정 : 2020-07-03 14:5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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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경주시체육회에서 열린 인사위원회에 참석한 김규봉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감독(왼쪽). 연합뉴스

 

고(故)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경기) 최숙현 선수 폭행 사건과 관련해 전 소속팀인 경북 경주시청의 김규봉 감독과 팀닥터 안모씨, 선배 2명의 신상이 온라인상에 확산됐다.

 

앞서 고인은 지난 3월 “훈련 중 가혹행위가 이어졌다”며 김 감독과 안씨, 선배 선수 2명을 검찰에 고소한 바 있다.

 

3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김 감독과 안씨, 선수 선배들의 사진과 이름 등이 올라왔다.

 

최 선수가 작성한 신고서에 첨부된 녹취록에 따르면 김 감독은 폭행 당시 방관·동조했다.

 

녹취록을 들어보면 안씨는 최 선수에게 “이빨 깨물어라”며 “뒤로 돌아서라”고 말한 뒤 폭행했다. 뺨을 때리는 소리가 녹취록에 담겨있다.

 

이에 김 감독은 “와인 한잔 하자”며 “내가 콩비지 찌개를 끓였다”고 안씨를 말리는듯 했으나 최 선수를 적극 보호하지 않았다.

 

김 감독은 안씨에게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붙이며 깍듯이 대했다. 안씨의 폭행으로 최 선수가 벽에 머리를 부딪치자 김 감독은 “쇼하지 마라”며 “선생님이 알아서 조절해 때리는 건데 뭐 하는 짓이냐”고 오히려 훈계해 최 선수를 공포에 떨게 했다.

 

김 감독은 폭행을 부인하고 있다.

 

전날 여준기 경주시체육회장은 “김 감독이 다른 선수보다 최 선수에게 특히 애착을 가졌다고 한다”며 “항상 병원도 같이 다니고 어려울 때마다 배려해줬다는 선수들의 증언이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팀닥터가 최 선수를 구타하면 김 감독이 말린 것으로 확인됐다”며 “팀닥터가 덩치가 크고 힘이 세서 김 감독과 선수들이 합세해 말린 것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또 “최 선수가 검찰에 고소하기 전 2월까지도 ‘감독님, 죄송하다’ 등의 카톡을 주고 받았다”며 “어릴 때부터 최 선수를 직접 선수로 발굴 육성한 것이 김 감독이며, 작년 말 가정형편 등을 고려해 부산시청으로 옮겨줬고 어려울 때마다 더 많이 챙겼다”고도 했다.

 

아울러 “감독과 선수들은 ‘지금 이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안 되고 납득이 안 간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감독과 함께 고소당한 선수들과 관련해서는 “‘왜 고소를 했는지 이해 안 된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고(故) 최숙현 트라이애슬론 선수가 2013년 전국 해양 스포츠 체전에 참가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모습. 고 최숙현 선수 유족 제공

 

그러나 최영희 선수의 아버지인 최영희씨는 이들과 다른 주장을 내놓고 있다.

 

최씨에 따르면 최 선수가 법적 절차를 밟던 지난 2월 김 감독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부탁을 드린다”며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면서 “내가 다 내려놓고 떠나겠다”고도 사퇴 의사까지 밝혔다고 한다.

 

나아가 구체적인 행위는 언급하지 않은 “염치없고 죄송하다”며 “무릎 꿇고 사죄드린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거듭 보냈다는 게 최씨의 주장이다.

 

더불어 ”아내와 아이가 나만 바라보고 있다”며 “먹고 살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조금만 시간을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숙현이가 힘들고, 치료되지 않은 부분은 내가 책임지겠다”고 부연했다.

 

김 감독은 앞서 지도 당시 “죽을래”, ”푸닥거리할래” 등의 말로 고인을 더 압박했다는 게 최씨의 전언이다.

 

최 선수의 체중이 늘었다고 “3일 동안 굶어라”고 다그치는 김 감독의 목소리도 녹취 파일에 담겼다.

 

감독은 한국 트라이애슬론을 대표하는 선수이자, 팀의 핵심인 베테랑들이 고인을 괴롭히는 걸 알고도 방조하고, 오히려 고인의 뺨을 때렸다는 의혹도 받는다.

 

경주체육회는 전날 인사위원회를 열어 선수단 관리를 소홀히 했다는 명분으로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김 감독의 직무를 정지했으나 폭행을 부인한 선배 선수 2명에는 징계를 내리지 않았다.

 

최씨는 전날 YTN 라디오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팀 동료 선배가 국가대표 미국 전지훈련에 갔다가 뉴질랜드로 합류하고부터 서서히 이들의 가혹행위와 감독, 팀 닥터들의 폭행이 일상화된 것 같다”며 “팀닥터뿐만 아니고 ○○○, ○○○ 같은 애들이 가혹행위를 일상적으로 엄청 심하게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감독과 팀 동료는 증거 인멸을 하기 위해 급급했다는 증언도 제가 들었고, 아무도 저에게 연락 온 게 없다”며 “제가 먼저 김 감독에게 ‘고소할 테니까 알고 있으라’고 그러니까 저에게 ‘봐달라’는 식의 카카오톡이 몇 번 왔었다”고 전했다.

 

이어 ”그 이후로는 제가 응답이 없자 거의 연락이 없었고, 예전에 숙현이와 같이 운동했던 다른 팀 동료에게 카톡이나 전화로 회유나 증거 인멸을 한 정황이 많이 있었다”며 “사실 처음에는 고소할 마음은 없었고, 그 이전에 김 감독에게 작년 11월 말인가 12월 초에 전화해서 숙현이를 괴롭히는 선배를 은퇴시키지 않으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경고했다”고 털어놨다.

 

한편 안씨는 선수단 소속이 아니라는 이유로 인사위 청문 대상에서 제외됐다.

 

그는 선수들이 전지훈련 등을 할 때 개별적으로 비용을 지불하면서 임시로 고용된 물리 치료사로 알려졌지만 면허도 없는 비전문가로 밝혀졌다.

 

현재 안 씨와 연락이 닿지 않아 앞으로 추가 조사할 예정이라는 게 경주체육회의 입장이다.

 

최 선수는 앞서 지난달 26일 새벽 부산에 위치한 숙소에서 가족과 지인에게 ‘괴롭혔던 이들의 죄를 밝혀달라’는 마지막 메시지를 남기고 생을 마감했다.

 

이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tkadidch9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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