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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정우, 44억 벌고 저 정도면 해볼만’ 반응도” 후폭풍 계속

입력 : 2020-07-08 21:00:00 수정 : 2020-07-08 19:3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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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美 송환 불허’ 결정에 ‘규탄 릴레이’
시민단체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 등이 8일 서울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의 미국 송환 불허 결정을 내린 사법부를 규탄하고 있다. 뉴스1

세계 최대 규모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WTV)를 운영하며 수십억원의 수익을 거둔 손정우(24)의 미국 송환을 불허한 법원 결정을 두고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여성단체들을 중심으로 법원의 결정을 규탄하는 집회가 계속되는가 하면, 법조계에서도 비판 성명이 잇따른다. 해당 판결을 내린 재판장의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참여인원 40만명을 넘어섰다.

 

시민단체 ‘n번방에 분노한 사람들’은 8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법원이 앞장서서 디지털 성범죄를 저질러도 괜찮다는 인식을 퍼뜨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단체는 “서울고법 형사20부 강영수, 정문경, 이재찬 판사는 손씨를 미국으로 인도할 경우 우리 수사당국이 받게 될 지장을 우려하고 ‘사법주권’을 강조했지만, 한국 사법부는 디지털 성범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현재 손씨를 미국으로 송환하는 것 말고는 엄중히 처벌할 방법은 많지 않다”며 “한국의 사법부는 아동 성착취 범죄에 경종을 울리고 재발을 방지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단체는 “이번 결정으로 벌써 ‘(아동 성착취물로 손씨가) 44억원을 벌고 저 정도면 해 볼 만하다’는 반응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엄중한 처벌, 사법주권 운운하지만 실상은 한국 사법 시스템의 무능을 국제적으로 전시하면서도 부끄러움조차 모르는 것”이라며 “우리는 절망 앞에서 멈추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전날 ‘n번방 강력처벌 촉구시위 eNd(엔드)’라는 단체도 같은 장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손씨의 송환 불허 판단은 올바르지도 않고 정의롭지 않았다”며 “대한민국에 정의란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n번방은 미성년자를 비롯한 여성들의 성착취물을 공유한 것으로 파악된 텔레그램 대화방이다.

 

세계 최대 규모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 투 비디오’의 운영자 손정우가 지난 6일 법원의 송환 불허 결정으로 석방돼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의왕=뉴시스

부산지역 여성단체들도 이날 부산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법부를 비판했다. 디지털 성착취 부산공동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에서 “디지털 성착취 사건의 공범은 우리나라 사법부”라며 “손씨는 단순한 사이트 운영자가 아니라 새로운 아동 성착취 영상을 올려야 다른 영상을 볼 수 있게 만든 시스템으로 수많은 아동 피해자를 양산한 악랄한 범죄자”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에서는 아동 성착취물을 내려받기만 해도 최고 징역 15년을 선고받는데 우리 사법부는 손씨에게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면서 “우리 사법부가 조주빈(텔레그램 ‘박사방’ 운영자)과 손씨를 키운 것이나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여성변호사회도 이날 성명을 내 “사법부의 디지털 성범죄 척결 의지를 표명하기에는 매우 미흡한 결정”이라며 “사법부가 사법주권이라는 미명하에 디지털 성범죄자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을 용인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웰컴 투 비디오는 디지털 성범죄의 특성상 국제 사법공조가 필요한 사안”이라며 “손씨 신병이 국내에 있어야만 수사가 속도를 낼 수 있다고 보긴 어렵다”고도 반박했다.

 

‘n번방 강력처벌 촉구시위 eNd(엔드)’가 지난 7일 서울고법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법원의 ‘웰컴 투 비디오’ 운영자 손정우 미국 송환 불허 결정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강영수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을 청원합니다’란 제목의 청원에는 이날 오후 6시 현재 42만3000여명이 참여한 상태다. 청와대 답변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준은 참여인원 20만명이다. 손씨의 송환 불허 결정을 내린 강 부장판사는 오는 9월 퇴임하는 권순일 대법권 후임자 후보 30인에 포함돼 있다.

 

이에 청원인은 “끔찍한 범죄를 부추기고 주도한 손씨가 받은 형이 1년6개월”이라면서 “한국에서의 수사와 재판을 통해서도 해결이 가능하다고 말하는 건 기득권 중의 기득권이기에 할 수 있는 오만한 발언”이라며 강 부장판사의 대법관 후보 자격 박탈을 요구했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20부는 지난 6일 “손씨가 미국으로 송환되면 웰컴 투 비디오의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관련 수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손씨의 범죄인 인도를 불허했다. 이 결정으로 손씨는 곧장 석방됐다. 손씨는 특수한 브라우저를 사용해야 접속할 수 있는 ‘다크웹’(Dark Web)에서 해당 사이트를 운영하며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 22만여건을 유포한 혐의로 2018년 3월 구속기소됐다.

 

이 사건 1심에서는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이, 2심에선 징역 1년6개월 실형이 선고됐으나 ‘솜방망이’ 처벌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한국 법원 결정에 외신과 미국 법무부 등은 비판과 함께 실망감을 드러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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