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진보, 보수의 상징적 인물인 박원순 서울시장과 백선엽 장군이 비슷한 시기에 유명을 달리하면서 진영 대립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박 시장 조문을 놓고는 미래통합당과 국민의당뿐 아니라 진보 진영인 정의당까지 비판적 태도를 취하고 있다.
통합당 김은혜 대변인은 12일 “박 서울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서울특별시장은 피해자에 대한 민주당의 공식 가해”라며 “모두 고인과의 관계에만 몰두해서 나온 현상이다. 피해자를 단 한 번이라도 생각했다면 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고인의 죽음에 매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지만, 별도의 조문은 하지 않기로 했다”며 “공무상 사망이 아닌데도 서울특별시 5일장으로 장례를 치르는 것에 동의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앞서 정의당은 심상정 대표가 빈소를 찾았다.
하지만 당 혁신위원장인 장혜영 의원은 “전례 없이 행해져야 하는 것은 서울특별시장이 아니라 고위공직자들이 저지르는 위계에 의한 성폭력에 대한 철저한 진상파악이고 재발방지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박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상황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떠들썩하게 추모하는 분위기는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할 수 있다는 입장에서다.
여권 인사들은 박 시장의 성추행 의혹과 고인에 대한 추모를 분리해 조문에 나서고 있다.
이날도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보와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 등이 박 시장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김경수 경남지사는 지난 11일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분(성추행 피해자)의 이야기는 중요하고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똑같은 이유로 박 시장께서 평생을 바쳐서 이루어왔던 시민운동, 인권운동 그리고 지방 정부의 혁신, 지방분권의 확대, 공유경제와 환경도시 문제와 같은 새로운 어젠다를 만들어나갔던 업적 또한 충분히 추모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양비론을 폈다. 민주당 최민희 전 의원은 “시비를 따질 때가 있고, 측은지심으로 슬퍼할 때가 있는 법”이라며 “정의당은 왜 조문을 정쟁화하나”라고 비판했다.
보수 측은 백 장군의 장례를 국가장으로 격상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합동참모차장 출신의 통합당 신원식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육군장을 국가장으로 격상할 것을 촉구했다. 신 의원은 박 시장의 서울특별시장과 관련해 “파렴치한 의혹과 맞물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자치단체장은 대대적으로 추모하면서 구국의 전쟁영웅에 대한 홀대는 도를 넘고 있다”며 “장례를 육군장이 아닌 국가장으로 격상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예우”라고 강조했다. 보수 진영은 한국 최초의 4성 장군이고 한·미 동맹 상징으로 평가받는 백 장군이 서울 국립현충원에 안장되지 못한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이고 있다. 백 장군은 대전현충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진보 측은 백 장군이 6·25전쟁 당시 공을 세운 것은 사실이지만 일제강점기 만주군 장교로 복무한 ‘친일 반민족 행위자’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최근 민주당 내에서는 일부 의원 중심으로 “현충원에서 친일파의 묘를 들어내자”는 ‘파묘’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백 장군이 4성 장군으로서 한국전쟁 때 공을 세운 것은 맞으나 친일 사실도 밝혀진 바 있다”며 “별세에 대해 당이 입장을 내지 않는 게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대신 민주당 인사들은 개별적으로 백 장군의 빈소를 찾아 고인을 추모했다.
정의당은 박 시장뿐 아니라 백 장군에 대해서도 비판적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정의당 김종철 선임대변인은 “한국전쟁 당시 일부 공이 있다는 이유로 온 민족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준 일제의 주구가 되어 독립군을 토벌한 인사가 국립현충원에 안장된다면 과연 앞서가신 독립운동가들을 어떤 낯으로 볼 수 있다는 말인가”라며 “그런 점에서도 (대전현충원에 안장하기로 한)정부의 이번 조치에 큰 유감을 표한다”고 논평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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