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서울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 방안 검토를 공식화하면서 그린벨트 해제 여부와 해당 지역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에서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할 수 있는 공간이 그린벨트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그린벨트 지역의 경우 토지 수용 등 택지조성 비용이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줄어든 비용만큼 분양가를 낮춰 주변 집값을 하락시키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2년 전 국토부도 집값 안정을 위해선 대규모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며 서울시와 그린벨트 해제 문제를 협의했지만, 서울시의 반대로 끝내 무산됐다.
하지만 최근 그린벨트 해제 기류가 달라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불러 '발굴'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주택 공급을 늘리라고 지시했다. 또 집값 불안에 따른 민심 이반으로 대책 마련이 시급한 만큼 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정부에서 그린벨트 해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홍남기 부총리는 지난 14일 'MBC 뉴스데스크'에 출연해 "주택 공급 대책에 그린벨트 해제가 들어갈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필요하다면 그린벨트에 대한 문제도 같이 점검이 이뤄질 수 있는 그런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는 점을 말씀을 드린다"고 대답했다.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 그린벨트 해제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주택공급확대 TF팀장을 직접 맡아 진두지휘하는 홍 부총리의 발언은 필요할 경우 그린벨트를 풀어 주택공급을 확대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주택공급확대TF는 지난 15일 수도권 주택 공급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기획재정부와 서울시, 경기도, 인천시 등 유관부처 및 지자체와 함께 실무기획단을 구성했다. 이 자리에서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서울 그린벨트를 해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박선호 국토부 1차관은 이날 회의 모두 발언에서 "기존에 검토된 방안과 함께 도시 주변 그린벨트의 활용 가능성 등 지금까지 검토되지 않았던 다양한 이슈에 대해 진지한 논의를 할 예정"이라며 그린벨트 해제 가능성을 시사했다.
서울 시내 그린벨트 면적은 약 150㎢로, 서울 전체 면적의 약 25%를 차지하는 규모다.
서초구가 23.88㎢로 가장 넓다. 이어 강서구(18.92㎢) 노원구(15.91㎢) 은평구(15.21㎢) 강북구(11.67㎢) 도봉구(10.2㎢) 순으로 규모가 크다.
강서와 노원 지역은 산이 많아 택지 개발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강남3구에 몰린 주택 수요를 흡수하기 위해서는 서초구 내곡동 일대와 강남구 세곡동 일대가 그린벨트 해제 지역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서초구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강남지역 대규모로 아파트 공급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린벨트 해제가 가장 유력한 곳으로 서초구 그린벨트 내 취락지구로 지정된 ▲양재동 식유촌마을(2만860㎡) ▲송동마을(2만745㎡) ▲내곡동 탑성마을(1만7488㎡) 등이다.
서초구 그린벨트가 해제되면 강남지역 대규모 아파트를 공급이 가능하다. 또 내곡동 가구단지 일대나 강남구 세곡동 자동차면허시험장, 내곡동 강남·서초예비군훈련장 등도 후보로 꼽힌다.
이와 함께 군(軍) 용지를 활용한 주택 공급 방안도 추진되고 있다.
국방부 소유의 태릉골프장 일대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 컨벤션에서 오찬 회동을 했다. 서울에 있는 군 용지를 이용해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태릉골프장은 서울에서 유일하게 남은 대규모 군 시설이다. 면적 149만6979㎡(45만여평)에 달한다. 부동산업계는 이 일대를 개발하면 최소 2만 가구 이상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앞서 2018년에 국방부 반대로 개발이 무산됐다.
하지만 그린벨트 해제 결정까지는 넘어야 산이 적지 않다.
해제 권한을 쥔 서울시가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국토부와 주택공급 실무기획단 첫 회의 직후 서울시는 입장문을 통해 그린벨트를 해제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황인식 서울시 대변인은 "그린벨트는 해제 없이 온전히 보전한다는 것이 서울시의 확고하고 일관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린벨트는 서울의 마지막 보루로 해제 없이 온전히 보전하겠다는 뜻이다.
환경단체 등 시민단체 반발도 난관이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지난 10일 "그린벨트 훼손을 통한 주택공급은 투기꾼과 건설업자의 배만 불릴 뿐, 서민 주거안정과 집값 안정에는 실패한 정책"이라며 "한 평도 허물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주택공급 확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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