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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왕설래] 김정은의 통치 스트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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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08-21 22:20:59 수정 : 2020-08-21 22: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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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 주인으로서 마지막인 55번째 생일을 맞았다. 2009년 47세의 나이에 대통령에 취임한 그는 두 차례 임기를 거치는 동안 백발이 성성한 모습이 됐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날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8년이 지난 지금 미국은 매우 분열된 모습이지만,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한 가지가 바로 그의 외모 변화”라고 지적했다.

국가 지도자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사실은 조선 국왕의 일화에서도 확인된다. 숙종은 어의에게 “잦은 흉년 때문에 노심초사하느라 수염이 하얗게 셌다”고 고충을 토로한다. 정조는 “백성과 조정이 염려되어 밤마다 침상을 맴도느라 늙고 지쳐간다”며 괴로워했다. ‘만기친람(萬機親覽)’이라는 말도 임금이 하루에 처리해야 할 일이 만 가지라 해서 나왔다.

국가정보원은 그제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등 측근들에게 일부 권한을 이양하는 방식으로 위임통치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권한 위임 배경으로는 ‘통치 스트레스’를 꼽았다. 만기친람형 지도자인 김 위원장이 9년간 통치하면서 스트레스가 많아졌는데 그것을 줄이는 차원이라는 게 국정원의 설명이다. 최근 북한의 상황을 보면 미국과의 핵협상은 뜻대로 안 되고,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도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코로나19에 수해까지 겹치면서 김 위원장이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공산이 크다는 해석이 정치권에서 나왔다.

그렇다면 김 위원장은 건강에 이상이 있는 걸까. 국정원은 김 위원장의 건강 문제에 대해 “전혀 고려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했다. “근본적으로는 9년간 통치하면서 갖게 된 자신감의 발로”라는 분석까지 덧붙였다. 그렇다면 위임통치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다. 통상 위임통치는 비상체제에서 권력을 넘기는 경우를 뜻하는데 이번 북한의 변화는 역할 분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정원의 ‘통치 스트레스’ ‘위임통치’ 보고로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이 다시 불거지는 등 혼선을 초래했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국정원은 용어 선택에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박창억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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