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산부 공무원 A(47)씨가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실종됐다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사건과 관련, 우리 정보당국이 “월북을 시도한 것이 확실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당국은 북한 통신신호를 감청한 첩보를 통해 A씨와 북측의 대화 내용이나 북한 군의 대처 상황 등을 상당 부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보낸 통지문에선 A씨를 ‘침입자’로 규정하는가 하면, 그가 북측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A씨의 가족과 동료들은 그가 월북한 게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25일 정보당국의 한 관계자는 언론에 “여러 첩보를 종합적으로 살펴보면 A씨가 북측으로 간 것은 월북 목적이 확실하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판단”이라며 “월북을 시도했다는 것과 (북측으로부터) 피격이 이뤄졌다는 것, 시신이 훼손됐다는 것은 한덩어리로 파악된 정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21일 오전 11시30분쯤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남방 2㎞ 해상의 어업지도선에서 A씨가 실종됐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A씨는 이튿날 북한 지역에서 발견됐는데, 북한군이 A씨에게 원거리에서 총격을 가했고 시신에 기름을 붓고 불태우기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군은 설명했다.
우리 군과 정보당국 등은 A씨가 해류 방향을 잘 알고 있고, 해상에서 소형 부유물을 이용했으며, 북한 선박에 월북 의사를 표시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어 그가 월북을 시도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날 오후 공개한 북측의 통지문에 따르면 북한은 “22일 저녁 강령군 금동리 연안 수역에서 정체불명 인원 1명이 우리 측 영해에 깊이 불법 침입했다가 우리 군인들에 의해 사살(추정) 되는 사건이 발생했다”면서 “그에게 접근해 신분확인을 요구했으나 처음 한두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곤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북한은 “우리 측 군인들의 단속 명령에 함구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며 두 발 공포를 쏘자 놀라 엎드리며 정체불명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 조성됐다고 한다”면서 “일부 군인들 진술에 의하면 (A씨가)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 쓰려는 듯한 행동을 한 것 같다고도 했다”고 덧붙였다. 북한은 또 우리 군 당국 등의 설명과는 달리 A씨의 시신을 불태운 게 아니라 그가 타고 온 부유물을 소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북한군 사격 이후 아무런 움직임이나 소리가 없어 10여m까지 접근해 확인해 보니 혈흔만 남아있을 뿐, A씨가 부유물 위에 없었다는 것이다.
A씨의 가족과 동료들 역시 그의 월북 징후가 없었다며 당국의 월북 주장을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A씨의 친형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잇따라 글을 올려 “(동생의) 신분증과 공무원증이 선박에 그대로 있었다”며 “또, 해상의 날씨가 아무리 좋아도 조류가 보통 지역과 달리 상당히 세고 하루 4번 물때가 바뀐다”면서 월북 주장을 반박했다. 그는 또 “(동생이) 실종돼 해상에 표류한 시간이 30시간 이상으로 추정되는데 헤엄쳐서 (북측 지역으로) 갔다? 이 해역은 다른 지역보다 조류가 상당하다(는 점 등으로 미뤄볼 때 월북은 말도 안 된다)”고 조목조목 따졌다.
해수부 서해어업관리단에서 A씨와 함께 함께 근무한 한 동료는 언론 인터뷰에서 “(A씨가) 명절 때 저랑 같이 당직을 서기로 했다, 북한으로 넘어가려 했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며 “혼자 (어업지도선) 선미(배 뒷부분)에서 담배를 피우거나 보트를 점검하다가 추락했을 수도 있다, 전에도 한 명이 보트를 점검하다 추락사한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가족과 동료 등에 따르면 A씨는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둔 평범한 가장이자 직장에서 별다른 갈등이나 어려움을 겪지 않은 공무원이었다고 한다. 그는 평소 북한이나 월북에 대해 얘기한 적도 없으며, 실종된 날도 아무런 징후를 남기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가 동료들에게 수천만원을 빌렸다거나 이혼했다는 보도도 있었으나 이는 사건의 본질과 아무 관련 없다는 게 가족과 동료들의 주장이다. A씨의 형은 “월북이나 (그 배경으로 지목된) 가정사, 금전적인 문제가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군은 무엇을 했으며 (왜 국민을) 지키지 않았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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