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연경(32·흥국생명)이 경기 도중 보인 ‘분노의 리액션’으로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국제배구연맹(FIVB) 관계자는 당시 강주희 주심의 판정에 대해 “올바른 결정”이라고 판단했다.
국민일보는 25일 단독 보도를 통해 해당 경기에서 강 심판의 판정과 관련해 기예르모 파레데스 FIVB 심판·규칙 위원회 위원장에게 이메일을 통해 질의했으며, “공식 문서에 적힌 지시 사항을 정확히 적용한, 충분히 올바른 결정이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아르헨티나 출신의 파레데스 위원장은 올림픽 심판을 3번 맡는 등 FIVB 심판 강사와 코치를 담당한 경력이 있는 전문가로 알려졌다.
김연경 관련 논란은 지난 1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0-2021 V리그 여자부 흥국생명과 GS칼텍스와의 경기에서 나왔다. 당시는 신흥 라이벌전답게 시종일관 격렬하고 치열한 명승부가 이어졌다.
그러나 김연경이 5세트에 보인 행동이 논란의 발단이 됐다. 김연경은 5세트에 공격이 상대 권민지의 블로킹에 다시 막히자 네트를 손으로 잡아당기는 행동으로 답답하고 분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를 본 차상현 GS칼텍스 감독은 주심에게 “경고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강 주심은 GS칼텍스의 주장 이소영에게 “(김연경의 행동은) 상대를 자극하려는 게 아니라 스스로의 감정을 표출한 것이라 경고를 줄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연경은 경기 후 “나에 대한 표현이었지만, 네트를 잡아당긴 건 과했던 것 같다. 상대를 존중하지 못한 건 잘못”이라고 시인했으나, 이 상황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논란이 됐다. 팬들도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갑론을박을 벌였으며, 몇몇 배구인은 “승부욕은 이해하지만 비신사적 행동이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한국배구연맹(KOVO)은 12일 “김연경 선수의 행위에 대해 주심인 강주희 심판이 선수를 제재하지 않고 경기를 진행한 점에 대해 잘못된 규칙 적용이라 판단하고, 해당 심판에게 제재금을 부과했다. 각 구단에는 과격 행동 방지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또 이후 KOVO가 김연경 상벌위원회 개최까지 논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파레데스 위원장은 국민일보를 통해 “해당 상황은 FIVB 사례집 6.5항의 내용에 따라 다뤄질 수 있다”며 “당시 주심은 FIVA의 공식적인 사례집에 있는 지시사항을 정확히(correctly) 적용했다”고 견해를 밝혔다.
사례집의 해당 항목에는 “주심은 공격성의 정도에 따라 선수를 제재할 권한을 갖고 있다. 네트를 잡아당기는 행위는 선수의 평범한 감정 표현일 수 있고, 심판의 운용의 묘에 의해 통제될 수 있다”고 기술돼 있다.
파레데스 위원장은 “경기 중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경우도 나온다. 환경이나 의도, 격렬함, 공격의 심각성 등 경기의 전반적인 상황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런 경우 심판의 판정은 항상 승리(prevail)해야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이 경기의 주심은 충분히 올바른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한편 강 주심은 지난 13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당시의 상황에 대해 “아무리 생각해도 그 판단이 최선이었다”며 “만약 내가 레드카드나 퇴장 조치를 취했다면, 아마 해외토픽감으로 조롱을 받았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강 주심은 “그날 경기에서 김연경 외에 GS칼텍스 선수도 실책 후 네트를 붙잡는 행위를 했다. 실제로 경기 중 많은 선수가 아쉬운 마음에 그런 행위를 하지만, 모두 경고를 주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의도와 당시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강 주심은 당시 조치를 취하지 않고 그대로 경기를 진행시킨 이유를 크게 세 가지로 짚었다. 먼저 김연경의 행위가 비신사적인 것은 맞으나, 상대팀을 자극하거나 경기를 방해하려는 의도, 또는 심판에게 항의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는 것이다.
이어 국제대회나 해외 리그에서도 유사한 상황에서 선수의 행위가 심각한 정도가 아닌 한 제제하지 않는다며 “5세트 막판 양 팀 모두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주심이 선수의 행위를 과도하게 해석해서 레드카드나 퇴장을 시켜 경기를 끝내는 조치는 국제 심판계에서도 잘못된 운영으로 평가받는다”고 설명했다.
강 주심은 22세에 선수 은퇴 후 1994년 심판으로 전업했으며, 2014년 국제배구연맹(FIVB) 국제심판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 국내 유일의 FIVA 국제심판이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심판 20명 중 1명으로 선정된 데 이어 내년 도쿄 올림픽에도 참가를 앞두고 있는 베테랑이다.
이어 오마이뉴스는 “(김연경의 행위가) 레드카드나 퇴장 조치를 줄 상황은 아닌 것 같지만, 주심이 자제하라는 제스처 정도는 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는 한 전직 국제심판의 의견도 전했다.
최승우 온라인 뉴스 기자 loonytuna@segye.com
사진=연합뉴스·한국배구연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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