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에 들어갔다. 특히 변 후보자의 서울주택도시공사(SH) 및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 재직 시절 언행이 검증 포인트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측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그의 인식이 우려할 만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1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박성민·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변 후보자는 2016년 6월 SH 건설안전사업본부와의 회의에서 “못 사는 사람들은 밥을 집에서 해 먹지 미쳤다고 사 먹느냐”고 지적했다.
SH에 따르면 변 후보자의 이 발언은 공유주택 입주민이 공유식당을 불편해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는 취지에서 한 설명이었다. 그러나 정책을 집행하는 공무원으로서 이처럼 ‘공유주택 입주자=못 사는 사람들’이란 편향된 인식을 가진 것 자체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앞으로 국토부의 공공 임대주택 정책 자체가 저소득층에만 초점을 맞춘 나머지 형평성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뒤따른다.
변 후보자는 아울러 당시 회의에서 ‘행복주택’을 논의하면서 입주자와 관련해 “아예 차 없는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행복주택은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 신혼부부·한부모 가족 등의 주거 안정을 목적으로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이나 주택도시기금의 지원을 받아 공급하는 공공 임대주택이다. 그는 같은 회의에서 훼손지에서 복원된 지역에 주차장을 만들어 달라는 구청장 요구가 있다는 말에 “저렇게 들고 왔을 때 ‘나무가 이렇게 우거지려고 하는데 네가 이것을 없애고 여기다 건물을 하나 세우는 것이다’ 보여주라”며 “환경단체에 슬쩍 줘서 떠들게 하고, 이렇게 좀…”이라고 편법적인 지시를 하기도 했다는 게 박·김 의원실의 전언이다.
비정규직의 무기계약직 전환 약속은 손쉽게 어기면서 제자는 채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SH는 2013년 2월 SH의 마케팅 조직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가 7명을 비정규직으로 채용하면서 실적이 우수하면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해 주기로 했다.
변 후보자는 그러나 2015년 3월6일 서울시 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 회의에 출석해 공사의 부채를 감축했다면서, “특히 마케팅 쪽에서는 (비정규직이) 엄청난 역할을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당시 한 시의원이 무기 계약직 전환 여부를 묻자 “현재는 여력이 거의 없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SH는 결국 4~5급인 이들에게 무기 계약직이 아닌 9급 상당의 사무지원원으로 전환을 제안했다. 이를 거부한 7명 중 2명이 소송에 돌입해 대법원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비슷한 시기 SH는 변 후보자의 세종대 제자를 채용했다. 변 후보자는 세종대 행정학과 교수를 역임한 바 있는데, 이 제자는 당시 변 후보자와 상당수 보고서에서 공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또 이른바 ‘김수현 사단’으로 일컬어지는 공간환경학회에도 여러 편의 학술지를 제출했다고 김 의원실은 전했다. 앞서 변 후보자는 박원순 서울시장 2기 시절인 2014년부터 3년 임기의 SH 사장을 역임하며 행정가로서 경험을 쌓았는데, 당시 서울연구원장으로 재직하던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서울형 도시재생’ 사업을 주도한 바 있다. 김 전 실장이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 기틀을 다진 만큼 변 후보자 역시 ‘김수현 사단’으로 불린다.
이에 대해 김 의원실 측은 “세금을 쌈짓돈처럼 쓴 것밖에 되지 않는다”며 “약자인 비정규직 청년들에 대해 변 후보자가 공정과 정의를 저버린 사례를 유의 깊게 지켜보고 있다”고 경고했다.
변 후보자는 LH 사장으로 재임하는 동안 본인이 상임이사로 등록된 학회에 연구용역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이날 LH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변 후보자는 사장 재임 기간 A학회에 20건, 79억5000만원에 달하는 연구용역을 맡겼다. 단일 기관으로는 연구용역을 최다 수주했으며, 단독 수주만 해도 6건으로 그 금액은 16억2000만원에 달했다. 모두 수의계약 형태로 이뤄졌다. 6000여명의 개인·단체 회원이 가입돼 국토 개발과 도시 계획 분야 학술 연구단체로 활동한 이 학회에서 변 후보자는 2005년 이사가 된 뒤 LH 사장 재임 기간에도 상임이사로 활동했다는 게 송 의원실 설명이다.
송 의원실은 “자신이 상임이사로 등록돼 있는 학회에 수십억원의 연구용역이 몰리고 그 중 일부에 대해 수의계약까지 한 것은 공직유관단체 임직원 행동강령상 사적 이해관계 신고 의무 위반, 특혜 배제 조항, 김영란법상 이해충돌 위반 소지가 적지 않다”고 주장했다.
A학회는 변 후보자의 LH사장 재임기간 동안 단일 기관으로는 LH로부터 연구용역을 최다 수주했으며 단독으로 수주한 용역만 해도 6건으로 그 금액은 16억2000만원에 달했다. 모두 수의계약 형태로 이뤄졌다.
송 의원실에 따르면 또 A학회의 부회장이거나 임원으로 활동하는 업체가 수주한 연구용역도 3건으로 11억4000만원이다. 이처럼 A학회가 연관된 연구용역 전체 23건 중 수의계약으로 따낸 계약이 13건으로 과반이었다.
변 후보자가 SH와 LH 사장직을 수행하면서 세종대 교수직을 그만두지 않고 6년째 휴직하면서도 논문 심사비를 받는 등 장기 겸직 중인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아울러 그의 SH 사장 재임기간에 세종대에 각각 2000만원씩 2건의 연구용역을 수의계약으로 위탁했고, LH 사장 재임 기간에도 1억5000만원의 1건의 역시 수의계약으로 위탁한 바 있다.
변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직후 학회의 상임이사직 사임서를 제출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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