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상 없으면 ‘급사·불명’ 기록”
학대로 숨진 아동이 정부 통계보다 4배 이상 많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6일 경찰청에 따르면 김희송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심리실장은 과학수사(KCSI) 소식지 창간호(5월호)에 게재한 글에서 “아동학대에 따른 사망자가 (정부) 통계의 최대 4배 정도에 이른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2015∼2017년 3년간 아동 변사사건 1000여건의 부검 결과를 분석했다. 그는 “아동 학대와 살해, 아동학대에 따른 살해의 정의를 재정립해 100여 가지 변수를 바탕으로 부검 자료를 전수 조사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최대 391명에게서 학대와 관련된 정황이 나왔다. 같은 기간 정부가 집계한 아동학대 사망자(90명)보다 4.3배나 많은 수치다.
김 실장은 “아동학대에 따른 사망으로 계부·계모 등에 의해 고문과도 같은 괴롭힘을 당하다가 사망하는 사례만을 떠올리기 쉽다”며 “하지만 학대 혐의가 입증되지 않았을 뿐 학대나 방임으로 추정되는 죽음이 매우 많다”고 설명했다. 가령 생후 1년 이내 가족에 의해 질식되거나 방치돼 숨지는 경우, 아기의 몸에 뚜렷한 외상이 남지 않으면 사망 원인으로 아동학대가 아닌 ‘영아급사증후군’이나 ‘불명’으로 기록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이번 연구 결과는 우리 사회에 숨겨진 또 다른 정인이가 있을지 모르며, 진실이라고 믿던 숫자가 사실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해준다”고 강조했다.
권구성 기자 ks@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