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일 지침 폐지… 사실상 中 견제 뜻으로 해석
"대중 메시지 지금까지 나온 것 중 가장 강경해”
2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첫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한미가 판문점 선언, 싱가포르 합의와 같은 기존의 합의를 상당수 받아들이면서 미국이 문재인정부의 대북정책을 상당수 지지해주는 결과가 나왔다고 평가했다. 이와 함께 공동성명에서 남중국해 항행의 자유, 대만 해협 문제 등이 언급된 것, 쿼드(Quad)의 중요성을 언급한 것은 정부가 미국의 대중 견제 구도에 지금까지 중 가장 많이 협조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韓 주장 ‘판문점 선언’, 美 주장 ‘대만’ 모두 들어간 공동성명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22일 통화에서 “한미 간 갈등 여지가 드러날 부분이 잘 봉합됐고, 전체적으로 선방했다”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문 대통령이 회담에서) 싱가포르 합의와 판문점 선언을 얻었고 반면 중국에 대한 메시지는 지금까지 (한미 간에 ) 나온 것 중 가장 강경하다”며 “중국이 반발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미사일 지침 폐지를 언급한 것도 사실상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박 교수는 “비핵화에 대해선 양국이 서로의 핵심적인 것을 주고 받았다”며 “한국과 미국이 할 수 있는 최대치였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공동성명엔 미측이 강조하는 유엔 안보리 결의 이행 촉구가 들어갔고,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합의는 한국이 그간 미국 측에 강조하던 내용이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 외교국방장관회담(2+2회담)에서 중국 관련 내용이 공동성명에 빠진 것과 달리, 이번 성명엔 중국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사실상의 중국 견제로 해석될 수 있는 언급이 다수 들어갔다. 규범에 기반한 국제 질서, 대만 해협 평화와 안정 중시, 불공정 무역 관행 반대, 쿼드 중요성 언급 등이다. 박 교수는 이와 함께 “삼성, SK, LG, 현대차 등 글로벌 기업들의 44조원 규모 투자 구상 발표와 미국의 공급망 재편 전략 협조가 한국이 미국의 대중 견제 구도에 협조하는 모습으로 해석될 수 있는 가장 큰 징표”라고 설명했다. 한미 공동성명에 쿼드에 대한 언급이 들어간 것은 향후 쿼드 플러스 등에 한국이 참여할 여지를 만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회담 계기로 북한 반응할까
다만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의 협조를 이끌어내 본격적으로 북미 협상이 재개될 것이라는 시각은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실장은 “한미 양국간 대북정책에 대한 이견이 상당히 좁혀진 것은 매우 긍정적인 성과”라면서도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협상의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까지는 합의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번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북한으로부터 비핵화에 대한 약속이 있어야 북미정상회담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역시 “(양 정상이) 한반도 문제에 대해 한미 양국의 인식이 일치한다는 상징적 수사를 취하면서도 북한에 대해 어떠한 양보도 구체화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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