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신기록 수립자·국위 선양 대중문화예술인도 적용 대상 돼야”
정치권에선 “병역특례 폐기 필요” 목소리도…통과 가능성 미지수
도쿄올림픽 남자 높이뛰기에서 한국 신기록을 세웠지만 4위로 메달권에는 들지 못해 병역특례 혜택을 받지 못한 우상혁 선수를 두고 ‘병역특례 형평성 논란’이 인 가운데, 한국 신기록을 수립한 경우에도 보충역에 편입될 수 있도록 한 병역법 개정안이 발의돼 관심이 쏠린다. 해당 개정안에는 방탄소년단(BTS)처럼 국위를 선양한 대중문화예술인도 병역특례 대상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향후 정치권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의원 11명 “BTS·우상혁, 국위 선양에 크게 기여했지만 병역특례 대상에선 제외돼”
24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국민의힘 성일종 의원 등 11명은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병역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안했다. 체육 분야에서 한국 신기록을 수립한 자 및 대중문화예술인도 ‘예술·체육요원’으로서 보충역에 편입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예술·체육요원 제도 운영의 형평성을 확보하고, 이들이 지속적으로 국위 선양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성 의원 등은 개정안 제안이유에 대해 “최근 BTS 등 케이팝 스타들이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는 등 국위 선양의 최선봉에 서 있음에도 현행 병역법 상에 규정돼 있는 예술·체육요원의 범위에 대중문화예술인이 빠져있기 때문에 이들은 보충역 편입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면서 “또한 도쿄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에서 우상혁 선수가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며 4위를 차지했다. 이는 대한민국 육상 역사상 올림픽에서의 최고 순위이지만, 현행법에 따르면 이처럼 한국 신기록을 수립하며 국위 선양에 크게 기여하고 국민적 감동을 선사한 경우에도 메달을 획득하지 못하면 병역을 면제받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달 못 따면 물 건너가는 병역특례…“열세 종목에 같은 기준 적용은 불합리” 목소리
현행 병역법 시행령 제68조의11은 올림픽에서 3위 이상, 아시안게임에선 1위에 입상하면 ‘체육요원’으로 선정해 보충역으로 편입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병무청장이 정하는 국제예술경연대회의 경쟁부문에서 2위 이상으로 입상한 경우 등은 ‘예술요원’으로 선정돼 같은 혜택을 받는다. 대상자들은 기초군사훈련만 받은 뒤, 복무 기간으로 정해져 있는 34개월간 자신의 특기 분야(종목)에서 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 해당 기간 사회적 취약계층을 위한 활동이나 미취학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교육 등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총 544시간의 의무 봉사활동 시간을 채우면 군 복무를 한 것으로 인정된다.
이같은 제도는 국위 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 대해 군 복무 대신 예술·체육요원으로 복무하게끔 한다는 취지로 1973년 도입됐다. 체육요원의 경우, 제도 도입 초반만 하더라도 올림픽 외에 세계선수권·유니버시아드·아시아선수권 등의 국제대회에서 3위 이상 입상하면 병역특례 혜택을 받을 수 있었지만, 점차 기준이 강화되면서 지금의 형태로 자리 잡았다.
이번 도쿄올림픽에선 수영이나 육상 등 한국의 열세 종목에 출전한 선수들이 괄목할 만한 성적을 보여주면서, 병역특례 기준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한국이 전통적으로 강한 모습을 보여왔던 종목들과는 메달 획득 가능성에 큰 차이가 있는 만큼, 이들 선수에게 동일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지난 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우상혁 선수에게 동메달 혜택을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린 한 청원인은 “메달은 불발됐지만 세계적인 인기 종목인 육상에서, 특히 우수한 신체적인 조건을 요구하는 높이뛰기 종목에서 한국인으로서 이렇게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좋은 에너지를 보여준 우상혁 선수가 국위 선양 및 문화창달에 기여한 선수라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와 달리 도쿄올림픽에서 메달 획득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측됐지만 기대보다 낮은 실력을 보여준 야구대표팀을 향해선 “동메달을 획득하더라도 군 면제 혜택을 취소해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게시되기도 했다.
◆‘국위 선양 대중문화예술인’ 병역특례 미적용 놓고도 형평성 논란 계속
국위 선양에 앞장선 대중문화예술인이 예술요원으로 편입되기 어려운 것을 두고도 꾸준히 형평성 논란이 일었다. 특히 BTS의 경우, 빌보드 차트를 석권하는 등 해외에 한국을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한 만큼 병역특례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최근 한국음악콘텐츠협회는 “BTS는 1.7조라는 경제효과와 8000명의 고용 효과를 창출했음에도 입영 연기의 대상이 될 뿐”이라면서 “면제 대상인 순수예술, 체육 분야만큼 국익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이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12월 군 징집·소집을 연기할 수 있는 대상에 대중문화예술 분야 우수자를 포함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지난 6월부터 개정 병역법 시행령이 시행되면서 대중문화예술인 중 문화 훈·포장 수훈자는 국위선양 공로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추천을 받으면 30세까지 입영을 연기할 수 있게 된 상태다.
다만 정치권에선 병역특례제도 자체에 대한 폐기를 검토해야 한다는 등 부정적인 목소리도 만만치 않아 이번 개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회 국방위원회 위원인 안규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병무청 국정감사 당시 병역특례제도에 대해 “굉장히 전근대적이고 천민자본주의적 발상”이라며 제도 폐기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 안 의원은 “대한민국 청년은 누구든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기 때문에 농사를 짓든 산업현장에 있든 체육에 종사하든 국위 선양”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같은 당 김병기 의원은 “병역특례제도 자체가 병력 자원이 충분했을 때, 국가적인 염원을 동감할 때 필요했던 제도인데 이미 그런 시대는 지나가고 있다”며 “병력이 남아돈다고 하면 (특례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할 수 있으나,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