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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항소심서 5·18 당시 헬기 조종사 3인 “도심 사격 안했다” 부인

입력 : 2021-09-27 22:17:07 수정 : 2021-09-28 11:0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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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전 대통령 사장 명예훼손 재판 항소심에 증인으로 출석
도심 정찰비행 여부 두고는 3명 간 진술 엇갈려
1980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전일 빌딩 주변을 선회하는 헬기. 연합뉴스

 

전두환(90) 전 대통령의 사자 명예훼손 재판 항소심에 출석한 헬기 조종사들이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당시 도심에서 사격은 없었다고 부인했다. 무장한 채 광주로 출동했으나 기관총에 탄약을 장착하지 않고 싣고만 다녔을 뿐 정찰·수송 업무를 주로 했다고 입을 모았다. 또 ‘폭도들을 몰아내라’는 지시에 따라 전남 해남으로 출동하면서 사람이 없는 논바닥에만 위협사격을 했다고 주장했다.

 

27일 광주지법 형사 1부(김재근 부장판사) 심리로 201호 형사 대법정에서 열린 전 전 대통령의 항소심 다섯번째 공판기일에는 전 전 대통령 측이 증인으로 신청한 육군 506항공대 소속 ‘500MD’ 헬기 조종사 4명 중 주소와 신원을 확인할 수 없는 1명을 뺀 3명이 출석했다. 

 

당시 공격형 헬기를 운용하는 506 항공대 대대장 김모 중령은 1980년 5월21일 오후 3시57분 대구에서 출발해 저녁 무렵 광주에 도착했고, 다른 조종사들도 21일 전후 광주로 출동했다.

 

정조종사 최모(71)씨는 이날 법정에서 1980년 5월21일 오후 1시∼3시 광주 불로교 상공 등에서 헬기 기총소사를 했느냐는 질문에 “말도 안 되는 얘기”라며 “맹세코 그런 일은 없다”고 한사코 부인했다.

 

이어 “시내에서 헬기가 총을 쏘면 엄청난 사람이 죽는데, 정신 있는 사람이면 못 쏜다”고 “광주에서 5월21일뿐 아니라 다른 날도 총을 쏘지 않았고, 위협사격도 없었다”고 거듭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만 “(당시) 정웅 31사단장이 해남대대로 출동하면서 폭도들을 막아달라고 하길래 위험해서 헬기로 사격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며 “다리만 쏠 수 있느냐고 물어서 그런 총이 아니라고 했고 사단장이 체념했다”고 덧붙였다.

 

전 전 대통령의 내란 목적 살인죄 판결문에서 황영시 전 계엄사령부 부사령관이 광주 재진입 작전을 하기 전 무장 헬기와 전차를 동원해 시위를 진압하라고 지시한 내용 등에 대해서는 “저희한테까지 ‘총 쏘라’는 지시가 내려온 적은 없었다”고 반박했다.

 

다만 당시 광주에 코브라 헬기(AH-1J) 2대와 500MD 헬기 22대가 투입된 점으로 미뤄 조종사들 사이에 위협사격 이야기가 공유된 점은 인정했다.

 

최씨는 506항공대 작전과장(당시 소령)으로 당시 광주에 와 31사단에서 상주했다고 전했다.

 

그와 같은날 광주에 출동한 부조종사 김모(67)씨와 정조종사 박모(71)씨도 입을 모아 5월21일 오후 불로교 상공에서 헬기 사격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내 기억에 박씨와 한 조로 5월21일 오전 광주에 갔다”며 “무장은 해갔지만 안전 차원에서 탄약을 빼놓은 채 뒷좌석에 탄 박스를 싣고 다녔다”고 기억했다.

 

박씨도 위협사격이나 시민을 향한 사격은 하지 않았으며 그러한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고 거들었다.

 

당시 김순현 전투교육사령부 전투발전부장의 광주천변 위협사격 지시에 대해서는 일부 증인만이 “‘코브라’ 헬기를 운용하는 103항공대에다 광주천에 총 쏘라고 했단 말을 들었지만 20㎜ 벌컨포의 위협 능력을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쏠 수 없을 거라고들 했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헬기 사격 탄흔이 남겨진 광주 도심 소재 전일 빌딩에 관해서는 판단을 유보했고, 다른 헬기 기종(AH-1J, UH-1H)의 작전은 잘 모른다고 증언했다. 

 

한편 5·18 당시 광주천과 도심을 비행한 적이 없다는 최씨와 달리 박씨는 당시 정찰비행이 있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광주 시내인지 외곽인지는 기억하지 못한다고 진술했다. 박씨는 또 당시 주민들이 헬기를 보고 신기해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도망 다니기 바쁜 모습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검사는 국방부 헬기 사격 특별조사위원회의 조사 결과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분석, 헬기 운행기록 등을 근거로 이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특히 당시 헬기 탄약이 3분의 1가량 빈 채로 왔다는 기록 등을 근거로 들어 증인들을 압박했다. 또 헬기 사격이 없었다는 이들의 진술을 뒤집는 국과수 탄흔 분석 결과를 토대로 헬기에서도 연사가 아닌 점사를 할 수 있다는 답변을 끌어내기도 했다. 증인들은 검사의 질문에 “높은 분들 일이라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 등으로 답변을 피하는 모습도 보였다.

 

앞서 전 전 대통령은 2017년 4월 출간한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가리켜 왜곡된 악의적 주장을 했다며 ‘파렴치한 거짓말쟁이’, ‘가면을 쓴 사탄’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항소심 다음 재판은 내달 18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서 열린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의 신청으로 이날 광주 도심 전일 빌딩의 탄흔 분석과 관련한 증거 조사를 하고, 한차례 더 변론기일을 연 뒤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다음 기일에 고인이 헬기 사격을 목격한 1980년 5월21일 당일 기종과 총기 등을 가려내는 한편 전 전 대통령 측이 요청한 전일 빌딩의 3차원(3D) 시뮬레이션 영상을 심리하기로 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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