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후 아동 가해자와 분리·보호
정부, 연간 신고 50건당 1명 권고
전남 1인당 95건, 세종 93건 처리
광역지자체 14곳 인력 부족 실정
현장 “현행 기준 지켜도 업무 과중
인력·예산 대폭 늘려달라” 목청
정부가 아동학대 사건에 긴밀히 대응하기 위해 지난해 ‘아동학대전담공무원’ 제도를 도입했지만, 대부분의 지자체가 배치 기준조차 충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들은 ”인력과 예산을 늘려달라”고 호소했다.
15일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광역지자체 17곳 중 복지부의 배치 권고 기준을 충족한 곳은 올해 9월 기준 3곳(서울·부산·경남)에 불과했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하면 현장에 출동해 조사를 진행하고, 응급·분리조치 및 시설 인계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기존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등 민간기관이 담당하던 업무다. 정부는 아동학대 문제를 공공영역에서 책임을 갖고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 지난해 10월 해당 제도를 도입했다.
복지부는 연간 아동학대 의심 신고 접수 50건당 전담공무원 1명을 배치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4167건의 신고가 들어왔던 서울은 올해 83명을 배치하는 식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경남은 지난해 신고가 1743건 들어왔고 올해 전담공무원 40명을 배치해 1인당 맡는 사건이 43.6건꼴로 전국에서 가장 적었다. 부산(45.9건), 서울(48.5건)도 1인당 50건꼴인 배치 기준을 충족했다.
반면 전남은 지난해 2368건의 신고가 들어와 올해 전담공무원이 최소 47명 배치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25명에 그쳤다. 1인당 맡는 사건은 94.7건꼴로 배치 기준의 두 배 가까이 됐다. △세종(92.8건) △대전(86.6건) △제주(85.9건) △경기(76.6건)도 전담공무원 수가 배치 기준에 비해 많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치 기준은 지난해 접수된 신고를 기준으로 하는데 올해에는 지난해보다 신고 건수가 급증해 실제 전담공무원들의 노동강도는 더욱 높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국에 접수된 아동학대신고는 1만6000건이었지만, 올해에는 9월에 이미 1만9000건이 접수돼 연간 신고는 지난해보다 50% 이상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들은 “복지부의 배치 기준도 일하기 버거운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은 “아동학대 신고는 사안이 복잡해 파생되는 업무가 많다. 주말도 없이 바쁘게 일하는 상황”이라며 “신고가 들어오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현장에 출동해야 한다. 매일 24시간을 긴장 속에서 지낸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의 경우 서울 전체적으로는 배치 기준을 충족했지만, 자치구별로도 상황이 달랐다. 지난해 ‘정인이 사건’이 발생한 양천구는 현재 4명의 전담공무원이 근무하는데, 올해 11월까지 들어온 신고만 480건이다. 인당 120건을 처리한 것이다. 한 공무원은 “일이 많다 보니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이미 기피하는 곳이 됐다”며 ”일이 힘들어 휴직을 하는 경우도 속출하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아동학대 조사 업무를 하는 특성상 현장에서 적절한 대응을 하려면 전문성이 필요하지만, 당장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처지다. 한 지자체의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2인 1조로 현장에 나가는데 1명이라도 교육으로 인해 자리를 비우면 업무 공백이 커 교육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예산을 확대하고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인당 50건’인 배치 기준도 비현실적인데 이조차 지켜지지 않는 곳도 너무 많다”며 “인력을 늘리고 전문성을 높여 전담공무원들이 ‘길게 일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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