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역 2년은 관대해”…제주 어린이집 아동학대 피해 학부모들 분통

재판부 “누구 하나 말리지 않고 오히려 거들기까지 했다”
학부모들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아동학대에 관대한지”

제주의 한 어린이집에서 학대 피해를 입은 아이의 귀 모습. 피해아동 학부모 제공.

장애아 등 수십명의 영유아를 상습적으로 학대한 제주 어린이집 교사들이 1심에서 실형에 처해졌으나 피해아동들의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트리며 항소를 예고했다.

16일 제주지방법원 형사3단독(김연경 부장판사)은 16일 오전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제주시 모 어린이집 교사 9명과 원장에 대한 선고공판을 열었다.

재판부는 교사 A씨(41)와 B씨(25)에게 각각 징역 2년6월, C씨(28)에게 징역 2년, D씨(43)와 E씨(28)에게 각각 징역 1년6월을 선고했다. 

나머지 교사들인 F씨(25)와 G씨(25), H씨(26)에게 각각 징역 6월, I씨(56)에게 벌금 10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이어 원장 J씨(64)에게는 징역 6월과 최상한액 벌금 5000만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8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10년 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및 장애인 복지시설 취업 제한을 명했다.

재판부는 “교사인 피고인들은 작고 여린 피해자들을 매몰차게 학대했을 뿐 아니라 나이가 어릴 수록, 장애가 있을 수록 더 많은 학대행위를 가했고, 또 서로가 신고 의무자임에도 누구 하나 말리지 않고 오히려 거들기까지 했다”고 했다.

재판부는 원장 J씨에 대해서도 “교사들의 범행 정황을 포착한 뒤에도 신속하게 사실을 파악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오히려 이를 은폐할 의도로 피해아동의 학부모들의 명예까지 훼손했다”며 “특히 끝까지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데 대해서는 죄책에 상응하는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시했다.

일부 피고인들은 “훈육 목적의 행위였다”며 “그간 정성껏 아동들을 보육해온 점을 참작해달라”며 선처를 호소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피해아동 학부모들은 1심 판결에 크게 반발했다. 이날 뉴스1과 인터뷰한 한 학부모는 “검찰 구형(최대 징역 5년)에 비해 형량이 너무 낮게 나왔다”면서 “이는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이 학부모는 “우리나라는 왜 이렇게 아동학대에 대해 관대한 지 모르겠다”며 “아이들에게 미안해서 아직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주범에 대해서는 항소를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피고인들은 지난 2020년 11월 9일부터 2021년 2월 15일까지 약 3개월간 제주시의 한 어린이집에서 만1~6세 영유아 총 29명을 상대로 351차례에 걸쳐 학대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뺨을 때리거나 발로 걷어차는 등 신체적 학대를 저질렀고 아울러 벽을 보게 하거나 친구들간 폭행을 지시해 정서적학대까지 저지른 혐의를 받는다.

원장 J씨는 아동학대 행위를 방지하기 위한 주의감독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사실을 왜곡해 피해아동 학부모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를 받았다.

양다훈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