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호국 지정 이어 미사일 발사·해군 해상훈련도
제재 압박 日, ‘공유 영토’ 표현 다시 사용하며 강공
러시아와 일본이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영토분쟁 지역인 쿠릴열도 4개 도서(島嶼)에 대해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9일 러시아가 지배하고 있는 쿠릴열도의 이투루프,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군도(북쪽에서부터) 4개 도서에 면세특구를 창설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이에 따라 4개 섬에 진출하는 외국 기업은 20년 동안 법인세 등의 면제 혜택을 받는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해 9월 특구설치 계획을 발표했으며, 러시아 상·하원이 지난 4일 특구설치법안을 가결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은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은 10일 푸틴 대통령의 특구설치 서명에 대해 “유감”이라며 “다시 한 번 러시아 측에 일본의 입장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계기로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잇따라 발동 중인 일본을 견제하는 동시에 쿠릴열도 4개 도서에 대한 실효지배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정부는 9일 미국, 한국, 유럽연합(EU) 등과 함께 일본을 비우호국으로 지정한 데 이어 10일에는 동시베리아와 극동지역을 관할하는 러시아군 동부군관구가 쿠릴열도 일대에서 지대공 미사일 S-300V4 시험발사를 했다고 발표했다. 2020년 12월 이투루프 섬에 실전 배치된 S-300V4는 반경 400㎞ 이내에 접근하는 전투기와 미사일을 격추 요격하는 강력한 성능을 가진 대공방어 시스템이다.
또 10∼11일에는 러시아 해군의 구축함·호위함 등 군함 10척이 일본 본토 혼슈(本州)와 홋카이도(北海道) 사이의 쓰가루(津輕) 해협을 통과했다고 일본 방위성이 밝혔다. 방위성 관계자는 “러시아 해군 함정이 한꺼번에 쓰가루 해협을 통과하는 일은 드물다”며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하는 일본을 견제하려는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NHK가 전했다.
일본도 강공 드라이브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는 앞서 7일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 남쿠릴열도에 대해 “우리나라(일본) 고유 영토”라는 표현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2018년 당시 푸틴 대통령과 아베 신조 총리의 정상회담 후 일본 정부는 러시아와의 평화조약 협상을 고려해 쿠릴열도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표현을 자제해왔다. 향후 쿠릴열도를 둘러싼 러·일 갈등이 격화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기시다 총리는 12일 동일본대지진 11주년을 계기로 도호쿠(東北) 지역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러시아에 대한 최혜국대우(국제통상에서 제3국에 주는 가장 유리한 대우를 동등하게 부여) 종료를 검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1945년 8월 제2차 세계대전 종전 후 소련이 1951년 4월 체결된 샌프란시스코평화조약에 서명하지 않아 러·일 간에는 평화조약이 없는 상태다. 소·일은 1956년 외교관계 복원을 규정한 공동성명을 발표하면서 평화조약 체결시 4개 도서 중 남쪽에 있는 시코탄과 하보마이군도 2개 도서를 넘겨주기로 했으나 양측의 입장차로 평화조약 협상의 물꼬를 트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일본 측은 4개 도서 전부 돌려받겠다는 입장이고, 전쟁 과정에서 해당 도서를 점령했다는 러시아는 일본이 패전국임을 잊지 말라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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