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27일 “억울함과 관심을 호소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두 지하철을 점거해서 ‘최대 다수의 불편’에 의존하는 사회가 문명이냐”며 출퇴근 시간대 서울 지하철에서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를 맹비판했다. 이 대표는 최근 전장연의 해당 시위를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개 설전을 벌이는 등 연일 이 문제에 관한 발언을 내놓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SNS에 올린 글에서 “‘불특정한 최대 다수의 불편이 특별한 우리에 대한 관심’이라는 투쟁방식을 용인한다면 우리 사회의 질서는 무너진다”며 이 같이 강조했다. 그는 “전장연은 독선을 버려야 하고 자신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서울시민을 볼모삼아 무리한 요구를 할 수 있다는 아집을 버려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이어 “저는 전장연이 무조건 현재의 불특정 다수의 불편을 볼모 삼는 시위방식을 중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조건 걸지 말고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전장연이 장애인 단체로써 특별하게 대한민국 장애인에게 권한을 위임받은 것도 아니다”라며 “과거 문재인정부에서 박능후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전장연을 ‘비법정 단체’라고 평가절하한 것에 동의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장연이 다른 5개 소위 법정단체에 비해 특별히 권위를 부여받아야 된다든가 목소리에 더 힘이 실릴 이유는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 글은 전장연에서 일한 한 활동가가 전날 SNS에 올린 글에 대한 대응 성격의 글이다. 해당 활동가는 “누가 떼를 쓰고 있는가하는 문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누가 소통하고 있지 않은가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이 대표에게 “지하철 선전전에 나와 달라”고 공개 요구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전장연이 결국 지하철 시위를 하는 이유는 이미 94% 설치가 됐고 3년 뒤에 100% 설치될 것으로 이미 약속이 완료된 이동권 문제가 아니라 장애인 평생교육법안, 탈시설지원 등에 대해 자신들의 뜻을 관철시키기 위해 ‘지하철 타는 시민’을 대상으로 (시위)한다는 것 아니냐”며 “탈시설과 평생교육법과 지하철 타는 시민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도 되묻는 등 적극 반박에 나섰다.
해당 활동가가 장애인인 국민의힘 김예지, 이종성 의원을 거론한 것을 두고도 이 대표는 “이 의원은 본인부터가 25년 넘게 (장애인) 활동가로 지내오셨고, 지체장애인으로 지체장애인협회 사무총장까지 지내신 분”이라며 “전장연이 하는 말이 이 의원의 경험에 비해 우위를 가져야 할 이유도 없으며 전장연의 요구사항을 이 의원과 국민의힘에서 다르게 받아들인다고 해도 그것이 옳고 그름의 문제는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연이어 올린 글에서도 이 대표는 “작년에 국회 앞에서는 연막탄까지 터뜨리다가 이제 지하철에서 지하철 출입문에 휠체어를 끼워 넣어서 발차를 막는 방식에 의존하는데, 전장연이 하는 시위가 어떤 시위인지 사람들이 알아갈수록 단체가 지향하는 바는 이루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전날 SNS 글에서도 “아무리 소수자, 약자 프레임을 지속해도 이미 여성이 절대 약자라거나 장애인이 절대 선자라는 프레임은 작동하지 않는다”고 일갈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에선 이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SNS에서 “이 대표는 혐오의 발언을 하지 않았다고 하지만, 왜 그렇게 많은 이들이 비판하고 불쾌해하는지 알아야 한다”며 “이 대표가 여성,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태도의 결과치가 이 대표의 발언이 지탄을 받는 이유”라고 주장했다. 그는 할리우드 배우 메릴 스트립의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SNS 글을 통해 “장애인들이 시위하는 이유는 국민의힘과 이 대표가 장애인 권리 예산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장 의원은 “시위의 요구사항은 외면한 채 엘리베이터 설치율만 앵무새처럼 반복하며 흠집 내기에 집착하는 이 대표의 직무태만이야말로 시위할 수밖에 없게 하는 원인”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시각장애인인 국민의힘 김 의원은 28일 서울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는 전장연의 ‘지하철 타기 운동’에 참여할 예정이다. 김 의원은 이 자리에서 간단한 발언을 한 뒤 지하철을 타고 국회의사당으로 출근할 예정이다. 김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언론에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정치의 영역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못한 송구스러운 마음을 전하고, 합의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목적”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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