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육군 부대 병사가 선임들에게 해야 할 식사 인사 예절로 인해 밥을 제대로 먹을 수 없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30일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에는 현역 육군 병사 A씨가 식사 시간마다 후임병이 선임병에게 “식사 맛있게 하십시오”라고 인사하는 식사 예절을 언급했다.
문제는 이 식사 예절 때문에 후임병들이 정작 밥을 먹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A씨에 따르면, 식사 도중 주변에 다른 선임병들이 앉을 때마다 식사를 멈추고 일일이 다 인사를 해야 했다. 이를 제대로 지키지 못할 경우 해당 후임병은 욕설을 들어야 했다고.
이뿐만이 아니었다. 선임병이 식사를 다 끝내고 일어날 때에도 후임병이 “식사 맛있게 하셨습니까”라는 인사를 꼭 해야 하고, 식사도 선임병보다 먼저 끝내야 한다는 것이었다.
A씨는 “만약 제가 한참 밥을 먹고 있는데 선임이 먼저 일어나면 저도 눈치껏 빨리 먹고 일어나야 한다”며 “그래서 매일매일 밥을 많이 남기게 되고 특히 제가 좋아하는 메뉴가 나온 날에는 더 괴롭다. 일과시간 내내 배가 고프다”고 토로했다.
선임병이 아직 식사를 끝내지 못했는데 후임병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도 금기시됐다. A씨는 “본인이 불가피한 이유로 먼저 일어나야 한다면 선임한테 ‘먼저 일어나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어봐야 한다. 사실 이 질문하는 것 자체로도 욕을 먹는다”고 호소했다.
또한 각자의 식판 설거지도 후임병이 먼저 끝내야 하며 선임병보다 설거지를 늦게 끝낼 경우 “선임들보다 행동이 느려터졌다” “긴장 안 하냐” 등등의 소리를 들어야 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마지막으로 A씨는 “이러한 부조리가 매우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밥을 너무 빨리 먹거나 적게 먹거나 긴장하면서 먹으면 소화도 제대로 안 될 뿐더러, 선임들 눈치 보느라 식판 설거지도 제대로 안 하면 위생문제까지 일으킬 수 있다”며 “밥 먹을 때 선임 한 분 한 분한테 인사하는 문화, 밥 빨리 먹는 문화 등은 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의 이같은 불만 사항을 접수한 부대 측은 “부대는 제보내용을 자체 확인해 장병들에게 ‘식사 전후 인사 강요’ 등을 금지하고, 감독을 강화하고 있다”며 “부대는 지속적으로 설문 및 교육, 계층별 간담회 등의 부대활동을 통해 병영 내 부조리를 예방하는데 세심한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