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책임 전적으로 돌릴 수 없어”
쟁점 보복협박 혐의도 무죄 유지
군검찰 항고 땐 대법서 최종 판단
고 이예람 중사를 성추행한 가해자가 2심에서 1심보다 낮은 징역 7년을 선고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국방부 고등군사법원은 14일 열린 공군 장모 중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했다. 장 중사는 군인 등 강제추행치상, 특가법상 보복 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기소돼 지난해 12월 1심인 보통군사법원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았다.
군검찰과 피고인의 항소로 이어진 2심에서도 보복 협박 혐의가 쟁점이 됐다. 군검찰은 1심과 같은 징역 15년을 구형했으나 형량은 더 낮아졌다. 고등군사법원은 “피고인이 사과 행위 외에 추가 신고하면 생명·신체에 해악을 가한다거나 불이익을 주겠다는 등 명시적 발언이나 묵시적 언동이 없는 이상 가해의사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장 중사가 이 중사에게 자살을 암시하는 문자메시지 등을 보낸 것이 ‘보복협박 행위에 해당한다’는 검찰 측 주장과 달리 ‘사과 행동이었다’는 피고인 측 주장을 인정한 1심 재판부와 판단을 같이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또 “이 중사의 사망 책임을 장 중사에게 전적으로 돌릴 수 없다”면서 원심의 형을 깎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상급자들에게 피고인 범행을 보고했지만 은폐, 합의를 종용받는 등 정신적 고통이 이어졌다. 이런 사태가 군에서 악순환되는 상황 또한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으로 보인다”며 “극단적 선택의 결과를 피고인 책임으로만 물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유족은 격렬히 반발했다. 이 중사 아버지는 선고 직후 재판장석으로 뛰어가다 군사경찰의 제지를 받자 윗옷을 벗어 던지며 “뭔 소리야? 이래선 안 되는 거야! 재판장”이라고 절규했다. 아버지는 재판정을 나온 직후에도 “군사법원에서 이런 꼴을 당할지는 몰랐다”고 성토했다. 이 중사 어머니는 충격을 받고 과호흡으로 쓰러져 이송됐다.
군검찰이 2심에 불복해 상고하면 군사법원이 아닌 대법원에서 최종심이 열리게 된다.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이던 이 중사는 지난해 3월2일 선임인 장 중사로부터 성추행을 당한 뒤 피해를 호소하다 동료·상관의 회유와 압박에 시달린 끝에 지난해 5월21일 23세의 나이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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