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 교사’ 의혹 등 논의한다
징계 여부·수위 등 결정될 지 주목
결과 따라 與 조기 전대 등 후폭풍
서울경찰청장, “의혹 철저히 수사”
李·배현진 ‘비공개 회의’ 유출 충돌
‘당내 권력지형 불안정’ 노출 해석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의 정치적 운명을 좌우할 당 중앙윤리위원회 회의가 오는 22일 오후 7시 열린다. 앞서 윤리위는 지난 4월 이 대표의 ‘성 상납’ 의혹이 제기된 뒤 추가로 터져 나온 ‘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징계 절차에 착수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윤리위가 심의 당일 징계 의결까지 할지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회의 결과에 따라서 이 대표의 불명예 퇴진과 집권여당 조기 전당대회 개최 등 상당한 ‘후폭풍’이 불어 닥칠 수 있는 탓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윤리위는 이날 당 공보국을 통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지난 4월21일 개최된 위원회 의결에 따라 징계 절차가 개시된 사안들을 심의할 예정”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윤리위는 “‘징계 절차 개시’를 통보받은 당원들이 제출한 서면 소명 자료를 검토하고 4월21일 회의 결과 ‘윤리위 당규 제14조(협조의무)’에 근거해 김철근 당원(당대표 정무실장)을 위원회에 출석시켜 사실관계 확인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 실장은 이 대표가 자신의 성 상납 의혹을 무마하기 위해 사건 관련자를 만나 7억원의 ‘사업 투자 약속’ 각서를 쓰게 한 인물로 지목됐다.
이번 회의에서 이 대표에 대한 징계 여부나 수위 등이 결정될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국민의힘 당규의 윤리위 규정에 따르면 위원회는 재적위원 과반수의 출석과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징계를 의결할 수 있다. 현재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은 이양희 위원장을 포함해 총 9명이다. 해당 규정은 윤리위가 의결할 수 있는 징계를 △경고 △당원권 정지 △탈당권유 △제명 등 4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가장 약한 경고의 경우 당원의 권리에는 아무런 변동이 없으나, 당대표가 윤리위 징계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도 리더십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반면에 이 대표가 징계를 받지 않는다면 그간의 ‘족쇄’를 끊고 한층 비상할 발판이 마련된다.
당 안팎에서는 윤리위가 경고나 당원권 정지 수준의 징계를 의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이 대표는 경고 처분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 측은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윤리위가 먼저 징계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절차상 하자라는 주장도 펴고 있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대표 성격상 징계를 받더라도 자진사퇴를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윤리위가 징계 의결을 보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 대표는 이날 KBS1라디오에 나와 윤리위 관련 질문에 “별다른 걱정은 안 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그는 윤리위를 겨냥해선 “윤리위가 지난 4월에 저에 대한 징계 절차를 밟기로 결정한 것도 특이했는데 (이후로) 두 달 가까이 시간을 끌고, 지금 와서 이렇게 제가 (정치적) 내상을 입게 한 다음에 (징계 여부를) 판단한다는 것 자체가 의문”이라고 질타했다. 이 대표는 윤리위 회의에 직접 참석할 것이냔 물음엔 “저는 참석한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답했다. 그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윤상현 의원실 주최로 열린 보훈학술세미나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서는 김 실장의 출석 여부에 대해 “제가 어떻게 알겠나. 김 실장에 물어봐 달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대표의 성 상납·증거인멸 교사 의혹에 대해 “철저히 수사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이날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하며 “이 대표의 뇌물수수 의혹도 살펴보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은 오는 23일 이 대표에게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의심 받는 아이카이스트 대표 김모(구속 수감)씨를 접견해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에서 이 대표가 “오늘부터 비공개 회의에서 현안 논의는 안 하겠다”고 선언하자 배현진 최고위원이 “비공개 회의를 일방적으로 없애면 어떡하느냐”, “대표가 많이 유출하지 않았느냐”는 등 공개적으로 반발하면서 정면충돌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최고위 이후에도 두 사람의 신경전은 계속됐다. 이를 두고 윤리위의 이 대표 징계 심의 등을 앞둔 상황에서 여권 내 권력 지형이 그만큼 불안정하다는 방증이라는 해석이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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