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이 캐나다팀 골키퍼 밀런 보리언(35·츠르베나 즈베즈다)을 비난한 크로아티아 축구팬에 대해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크로아티아축구협회는 29일(현지시간) FIFA가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며 “캐나다와 경기에서 일부 팬들이 차별적이고 외국인에 대한 혐오성 짙은 행동을 보였고, 그런 내용의 현수막도 걸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지난 27일 캐나다와 카타르 월드컵 조별리그 F조 2차전에서 일부 관중들은 경기 중 보리언을 향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수십만 명을 학살한 크로아티아 분리주의 운동조직 ‘우스타샤’라고 소리 질렀다. 일부 크로아티아 팬은 ‘KNIN(크닌) 95. 보리언처럼 빨리 도망치는 사람은 없다’고 쓰인 현수막을 들어 올렸다. 이에 대해 AFP통신은 1990년대를 휩쓴 유고슬라비아 전쟁 중에서도 1995년까지 벌어진 크로아티아 독립 전쟁 막바지에 있었던 군사작전을 언급한 것이라고 해설했다.
1995년 크로아티아의 크닌 주변에서 벌어진 이 군사작전으로 20만명의 세르비아계가 피란민이 됐다. 1987년 크닌에서 태어난 보리언도 만 7살 때인 당시 부모님과 함께 피란 행렬에 동참했다.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 정착한 보리언의 가족은 2000년 캐나다 온타리오주 해밀턴으로 이주했고, 보리언도 캐나다에서 프로선수로 성장했다. 보리언은 2009년 세르비아에서 선수 생활을 이어갔으며 2017년부터 세르비아 리그 츠르베나에서 뛰고 있다. 대표팀은 캐나다를 택했다.
크로아티아 팬들은 보리언이 크로아티아와 군비 경쟁을 벌이는 세르비아의 프로리그에서 뛰는 데 이어 캐나다 유니폼을 입고 월드컵 크로아티아전에 출전하자 분개했다.
보리언이 지난 4월 자신이 크라이나 공화국 출신이라며 크로아티아 태생임을 부정한 발언을 한 것도 논란이 됐다. 크라이나 공화국은 전쟁 기간 크로아티아 내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장악했던 지역이다.
보리언은 이번 월드컵 기간 동안 크로아티아 팬들에게 2000개 넘는 협박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고 세르비아 현지 매체 등은 보도했다. 메시지 대부분은 크로아티아어로 작성됐다고 한다. 크로아티아 매체 베체른지에 따르면, 보리언은 경기 후 “이런 상황에 관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나. 크로아티나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거뒀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캐나다는 이날 크로아티아에 1-4로 대패하면서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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