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자 36.2%, 1년 새 실직 경험
2022년 조사보다 13.2%포인트 증가
우울수준도 일반인比 25.1% 높아
8%는 극단선택 시도…2022년보다 ↑
실업자 10명 중 4명은 최근 1년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직장을 그만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감은 지난해보단 올랐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았다. ‘극단적 선택’을 생각했거나 시도했다는 비율도 지난해와 비슷해 작지 않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불황이 이어지면서 일자리 문제가 정신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악순환이 거듭돼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유명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팀은 국내 체감실업자의 실직 경험과 건강 및 웰빙에 대한 추적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체감실업자에는 △실업자 △주 36시간 미만 일하며 추가 취업을 희망하는 근로자 △비경제활동 인구 중 지난 4주간 구직활동을 했거나, 하지 않았더라도 취업을 희망하는 잠재구직자가 포함된다. 유 교수팀은 (주)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해 3월 1차 조사에 참여했던 만 18세 이상 체감실업자 717명 가운데 50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2차 조사를 시행했다. 인터넷·모바일 조사를 병행했고 표준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38%포인트다.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42.2%는 1년 전과 마찬가지로 체감실업 상태였고, 38.6%는 현재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비경제활동 인구 등 미분류로 분류됐다. 지난 1년간 한 번 이상 실직을 경험한 사람은 전체의 36.2%(181명)였다. 이 중 40.3%가 ‘실직 사유가 코로나19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해 1차 조사(27.1%)보다 13.2%포인트 증가했다. 실제로 조사 직전인 지난 3월 구직급여(실업급여) 지급액은 2021년 8월 이후 최고치인 1조333억원이었다. 고용노동부는 2021년 초부터 실업자가 감소 추세고 월간 취업자 수도 26개월 연속 증가세여서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경기 부진 여파가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체감실업자의 정신건강은 일반인에 견줘 취약했다. 이들의 우울 수준을 우울척도를 이용해 측정한 결과 우울증 수준인 10점 이상 비율이 37.6%였다. 일반 인구집단 내 우울증 수준 비율 25.1%와 비교해 높은 수준이다. 추가 실직 경험자의 우울 점수는 남성이 평균 7.98점, 여성 10.40점으로, 추가 실직 경험이 없는 이들(남성 7.37점, 여성 8.92점)보다 높았다.
삶의 만족도의 경우 만족한다는 응답이 35.4%로 지난해보단 올랐지만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단 낮았다. 지난해는 12.5%였고, 코로나19 이전은 41.0%였다.
지난 1년간 심각하게 극단적 선택을 생각해본 적 있다는 응답은 29.2%로 지난해(29.6%)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여성이면서 추가 실직을 경험한 이들의 경우 그 비율이 39.6%에 달했다. 코로나19가 일상에선 점차 옅어졌지만 실직·구직 관련해 계속 영향을 미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고 답한 비율은 8.0%로 오히려 지난해(6.1%)보다 늘었다. 국가적 위기 상황을 공유하는 재난 당시보다 그 이후 자살률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 정신건강 문제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유 교수는 “나아진 방역 상황과 달리 지난 1년간 일을 그만둔 사유가 코로나19 상황과 관련이 있다는 응답률은 더 높아졌다”며 “체감실업 상태를 벗어난 대상자 중 상용근로자는 20% 수준에 불과해 고용이 여전히 불안정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코로나19 회복 과정에서 체감실업자들에 대한 정신건강 증진 노력을 강화하는 게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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