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됐다. 2년간 이어온 수사와 국회의 체포동의안 가결에도 불구하고 수사의 사실상 첫 관문을 넘지 못하면서 정치적 수사라는 야당의 주장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27일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향후 검찰은 백현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과 대북송금 의혹 사건 수사를 마무리한 뒤 이 대표를 불구속 기소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할 경우 국회 체포동의안 절차를 또 거쳐야 하기 때문에 영장 재청구는 어려울 것이라는게 법조계 안팎의 전망이다.
검찰이 이 대표를 수사선상에 올리기 시작한 건 2년 전인 2021년 9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부터다. 검찰은 이후 약 2년간 이 대표를 의혹의 정점으로 지목하고 전방위 수사를 이어갔다. 이 대표는 “검사 약 60명 등 수사인력 수백명을 동원해 2년이 넘도록 제 주변을 300번 넘게 압수수색 하는 등 탈탈 털었다”고 주장했다.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이라는 게 검찰 입장이었지만, 야당은 언제나 “검찰 수사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비판해 왔다. 수사 대상인 이 대표는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 득표율보다 단 0.7%포인트 모자란 유력 후보였고, 제1야당 당대표인 동시에 21대 대선 출마도 노리는 차기 주자다.
우선 이 대표는 자신의 발목을 수없이 잡아 온 ‘사법 리스크’를 상당 부분 덜어낸 만큼, ‘이재명 체제’로 민주당 당권을 재정비하는 데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영장이 기각되면서 이 대표는 장기간 단식으로 인한 회복 치료를 마무리한 뒤 당무에 복귀할 예정이다.
당내에서는 이 대표가 그의 발목을 잡아 온 사법 리스크의 최정점에서 생환하며 향후 정치적 행보에 탄력을 받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 대표가 당내에서 이전보다 더욱 선명한 ‘친명(친이재명) 체제’를 완성해 당 장악력을 끌어올려 총선까지 강한 드라이브를 걸 것이라는 관측이다.
원내지도부 역시 비명(비이재명)계 색채의 ‘박광온 체제’와 달리 친명 색채가 뚜렷한 ‘홍익표 체제’로 전환되면서다. 전날 의원총회에서 선출된 홍익표 신임 원내대표는 당선 소감으로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내년 총선을 치러 승리하겠다”는 일성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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