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직 금지’가 인사 고차방정식 이유 되기도
의원직 사퇴는 주로 대선·지방선거 출마 목적
대장동 50억 사건 논란 등으로 내려놓기도
정진석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이 24일 임명장을 받고 정식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내정 발표를 한 지 이틀 만이다. 현직 국회의원(5선) 신분으로 발탁된 까닭에 사직서가 수리되기까지 잠시 동안 ‘내정자’ 신분이었던 셈이다.
국회법상 현직 의원은 △국무총리 △국무위원(각 부처 장관 등) △공익 목적 명예직 △다른 법률에서 의원이 임명·위촉되도록 정한 직 △당직 등을 제외하면 다른 직을 맡을 수 없다. 윤석열정부 초대 통일부 장관으로 발탁됐던 권영세 의원이 지난해 7월 장관직을 마치고 국회의원으로 복귀한 것과 달리 정 실장은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일하려면 의원직을 내려놔야만 했다.
이같은 겸직 문제는 대통령실 인사의 주요 고려사항 중 하나다. 윤 대통령 취임 전 장제원 의원 등이 초대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됐으나, 결국 정통 관료 출신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발탁됐다. 국민의힘 소속 현역 의원을 대통령실로 불러들이면 가뜩이나 적은 여당 의석수가 더 줄어드는 점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 실장 카드는 이런 부담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21대 국회 임기 만료일(5월29일)이 다가오고 있어서다.
반대로 겸직이 가능한데도 의원직을 사퇴한 경우가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 이영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그런 사례다.
두 사람은 비례대표 출신이라 의원직을 내려놓더라도 국민의힘 의석수가 줄어든다는 부담이 없었다. 비례 명부 후순위자가 의원직을 승계하기 때문이다. 신 장관은 지난해 10월 장관 임명 직후 “의정활동 병행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며 사직서를 냈다. 사직서는 그달 말 본회의에서 처리됐다. 신 장관의 비례대표직은 우신구 의원이 바로 승계했다.
대통령실 등에 따르면 정 실장은 22일 비서실장 발탁 발표 전 김진표 국회의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사유로는 “대통령 비서실장 임명”을 들었다.
개개인이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의 거취는 동료 의원들이 표결로 결정하는 게 원칙이다. 앞서 신 장관 사직의 건은 본회의에서 이의 유무를 물어 처리됐다. 반면 지난 1월 정의당 이은주 의원(비례) 사직의 건은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까지 거친 끝에 의결됐다. 이 전 의원은 당내 경선 중 선거법을 위반한 혐의로 기소돼 대법원 판결을 앞둔 상황이어서 논란이 됐다. 후순위 승계가 가능하도록 당선무효형이 나오기 전에 미리 사퇴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직서는 표결에 참여한 264명 중 179명의 찬성으로 가결됐다. 반대 76표, 기권 9표가 나왔다.
정 실장 사직서는 본회의로 넘어가지 않고 김 의장 결재로 대체됐다. 지금은 회기 중이 아니어서 국회법 135조 1항의 단서 조항(‘폐회 중에는 의장이 허가할 수 있다’)이 적용됐다. 정 실장 사직서 제출 당시 해외 순방 중이던 김 의장은 귀국 다음날인 23일 사직서를 수리했다.
◆박근혜·이낙연·홍준표 등…의원 사직은 주로 출마 목적
국회에 따르면 현역 의원 사직은 다른 선거 출마 때문이 많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선을 한 달 앞둔 2012년 11월23일 대구를 방문해 의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정치를 처음 시작한 곳에서 배수의 진을 치면서 대선에 임하는 결연한 자세를 보여준 셈이다. 박 전 대통령은 사직서에 “대통령 선거 출마의 사유”라고 적었다.
새로운미래 이낙연 전 공동대표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도중이던 2021년 9월 의원직을 내려놨다. 그는 본회의에서 “꽤 오랜 고민이 있었다. 결론은 저를 던지자는 것이었다”며 “정권 재창출이라는 역사의 책임 앞에 제가 가진 가장 중요한 것을 던지기로 결심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그의 사직의 건은 총 투표수 209표 중 찬성 151표, 반대 42표, 기권 16표로 가결됐다.
21대 국회에서는 이밖에 홍준표 대구시장,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 등이 2022년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의원직을 포기했다.
윤희숙 전 의원은 부친의 농지법 위반 의혹으로, 곽상도 전 의원은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아들 퇴직금 50억원 수령’ 논란으로 의원직을 사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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