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계환 사령관 등도 출석 일정 조율 중
신범철 前 국방차관, 국민의힘 탈당
소환조사 임박에 ‘당 부담 덜기’ 관측
이른바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는 특검 출범 여부와 별개로 ‘채상병 순직 사건 조사 외압 의혹’과 관련된 핵심 인물들을 연이어 불러 조사하며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방부가 채상병 사건을 회수하고 재조사하는 과정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대통령실 등 ‘윗선’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지 의혹을 풀어줄 핵심 인물들을 중심으로 소환조사가 이뤄지는 모양새다.
공수처 수사4부(부장검사 이대환)는 2일 박경훈 전 국방부 조사본부장 직무대리를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에 이은 두 번째 핵심 피의자 소환이다.
이날 오전 9시25분쯤 공수처에 출석한 박 전 직무대리는 오전 10시부터 총 10시간여(조사 열람?휴식 시간 포함) 조사를 받고 오후 8시30분쯤 귀가했다. 공수처는 박 전 직무대리를 상대로 국방부 조사본부가 채상병 순직 사건을 재조사한 후 혐의자를 축소해 경찰로 넘기는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는지 등을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채상병 순직 사건에 대한 최초 조사를 마친 해병대 수사단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자 8명을 적시해 지난해 8월2일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수사 자료가 압수수색 영장 없이 회수되는 데 외압이 있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 의혹은 최초 조사 책임자인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제기했다. 당시 국방부 검찰단이 조사 자료를 회수했고, 국방부 조사본부는 같은 달 9일 이 사건을 넘겨받아 재검토한 뒤 혐의자를 8명에서 2명으로 줄인 재조사 결과를 경찰에 다시 이첩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달 26일과 29일 유 관리관을 두 차례 불러 각각 14시간, 12시간 동안 고강도의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유 관리관은 지난해 7~8월 박 전 단장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조사 결과 보고서에서) 혐의자와 혐의 내용, 죄명을 빼라’며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받는다. 조사 자료가 회수된 당일 이시원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과 통화한 것으로 알려진 유 관리관은 대통령실 등 ‘윗선’의 개입 여부를 밝히기 위한 핵심 인물로 지목된다.
공수처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 다른 사건 관계인들과도 출석 일정을 조율 중인데, 이르면 4일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김 사령관은 박 전 단장에게 “VIP(대통령)가 격노하면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과 통화한 후 이렇게 됐다”고 전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이외에도 지난 1월 공수처의 압수수색 대상이었던 김동혁 법무부 검찰단장, 박진희 당시 국방장관 군사보좌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이 전 장관 등이 다음 소환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공수처가 해병대와 국방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를 마치면 대통령실로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가운데 신 전 차관은 지난달 30일 국민의힘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신 전 차관은 후배들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 정치활동 중단하겠다는 것을 탈당 사유로 들었지만 공수처의 소환 조사가 임박한 가운데 당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편 박성재 법무부 장관은 이날 대구고·지검을 방문해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공수처는 검찰이나 수사기관의 수사 미진 사례가 발생할 것에 대비해 마련한 기관인데, 그 결과를 지켜보지 않고 바로 특검을 추진하는 것은 제도 취지에 맞지 않은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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