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공용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여성을 불법 촬영한 혐의로 법정에 선 20대가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불법 촬영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혐의를 입증할 만한 뚜렷한 증거가 없다며 이 같은 판단을 내렸다.
춘천지법 형사1부(심현근 부장판사)는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 혐의로 기소된 A(21)씨에게 원심과 같은 무죄를 선고한다고 3일 밝혔다.
A씨는 2022년 3월 원주 한 주점 남녀 공용화장실 남성용 칸에서 여성용 칸에 들어가 용변을 보는 B(21)씨 모습을 휴대전화로 위에서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화장실에 있던 남성은 A씨밖에 없었던 점, B씨 일행들이 카메라 사진 촬영음과 남성이 음란행위 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소리를 들었다고 진술한 점, B씨가 휴대전화의 일부가 여성용 칸으로 넘어온 것을 목격한 점 등을 근거로 검찰은 유죄를 주장했다.
1심을 맡은 춘천지법 원주지원은 "피고인이 고등학생 시절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 등 이용촬영 혐의로 소년보호처분을 받은 사실과 경찰 피의자 신문 전날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을 살펴볼 때 공소사실과 같은 행위를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도 "범죄사실을 증명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의 불복으로 사건을 다시 살핀 항소심 재판부 역시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A씨의 불법 촬영 또는 불법 촬영 미수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가 휴대전화를 초기화하면서 화장실에서 촬영된 사진, 영상이나 이와 관련한 저장정보를 발견할 수 없어 불법 촬영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불법 촬영을 했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또 B씨가 당시 술에 취해있고, 당황해 명확한 진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더라도 경찰 조사에서 진술을 번복한 점에 비춰볼 때 B씨 진술만으로는 A씨 불법 촬영 행위를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또 당사자가 아닌 B씨 일행이 카메라 촬영음을 들었다고 진술한 내용을 A씨 측이 증거로 인정하는 데 동의하지 않은 점, 사건이 발생한 화장실의 구조와 같은 환경적 요인 등을 따져봤을 때 불법 촬영 혐의가 인정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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