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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책] 거대한 물결 외

입력 : 2024-06-29 06:00:00 수정 : 2024-06-27 20: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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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물결(미치코 가쿠타니 지음, 김영선 옮김, 돌베개, 1만9000원)=뉴욕타임스 수석 서평가로 은퇴한 문학비평가이자 작가인 저자가 현재 세계가 직면한 위기와 변화를 탄탄한 인문학적 사유를 통해 진단·분석한다. 책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정부와 제도, 엘리트 등 ‘전통적 권위의 원천에 대한 불신’이 본격화됐다. 국가와 거대 기업 그 누구도 믿을 수 없으며, 자유민주주의적 자본주의 체제에서 경제 성장이 계속되리라는 신화도 깨졌다. 지금의 위기는 기존 패러다임을 붕괴시키고 새 패러다임의 도래를 이끈다는 점에서 ‘분수령’이라 할 수 있다.

사물의 표면 아래(웨이드 데이비스 지음, 박희원 옮김, 아고라, 1만9000원)=브리티시컬럼비아대 인류학 교수인 저자는 50년 가까이 지구 곳곳의 오지를 연구 현장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서구 사회의 민낯으로 시선을 돌려 ‘허물어지는 미국’ ‘기후 불안과 공포를 넘어’ 등 여러 글을 썼고, 책으로 엮었다. 저자는 실현 불가능한 약속만을 내지르며 기후 불안을 조장하는 접근법으로는 기후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북극과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탐험가들은 영웅이 아니라 국가 이데올로기나 헛된 명예욕에 희생된 인물들이라고 주장한다.

경외심(대커 켈트너 지음, 이한나 옮김, 위즈덤하우스, 2만3000원)=심리학자 대커 켈트너는 조너선 하이트와 경외심이란 무엇이며 우리의 도덕적·영적·미적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하는 논문을 썼다. 이후 15년간 경외심을 과학적으로 연구해온 결과물을 책으로 내놓았다. 인류는 협력하고 공동체를 꾸리고 공유된 정체감을 강화하는 문화를 창조하는 능력 덕분에 지금껏 살아남았다. 이 모든 행동은 바로 경외심에 의해 촉발되고 확장된다. 저자는 경외심이 사회와 역사, 문화, 개인의 삶 속에서 어떤 형태로 나타나는지, 우리 뇌와 신체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살펴본다.

무교: 권력에 밀린 한국인의 근본신앙(최준식 지음, 모시는사람들, 1만5000원)=무교를 한국의 근본신앙, 즉 전통 종교로서 재조명하며 무교가 일상은 물론 정치 사회의 기층에서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 등을 해설한다. 종교학을 전공하고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를 지낸 저자는 무교를 저급한 풍속의 일종인 무속 혹은 미신으로 치부하는 것은 크게 잘못된 생각이라고 지적한다. 무당 후보자들이 신병을 앓은 뒤 내림굿을 받고 마침내 무당이 되는 과정을 당사자나 주변 사람들의 증언, 조사·연구 결과 등을 통해 흥미롭게 소개한다. 15년 만에 나온 개정판.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대가야 여행(황윤 지음, 책읽는고양이, 1만8800원)=7군데에 위치한 가야 고분군이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이들 고분군은 여러 지역에 분포해 여행 계획을 잡기 쉽지 않다. 이 책은 가야 고분을 보기 위한 효과적이고 즐거운 여행법을 알려준다. 또 그간 제한된 사료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던 가야, 그중에서도 대가야의 다양성과 국가적 위상을 재조명한다. 가야가 한반도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음도 알려준다.

어느 하루 눈부시지 않은 날이 없었습니다(정덕현 지음, 페이지2북스, 1만7500원)=드라마를 볼 때면 이처럼 대사 한마디가 울림을 증폭시킬 때가 있다. 대중문화 평론가인 저자가 가슴에 남는 드라마 속 명대사를 화두로 일상과 맞닿은 이야기를 풀어냈다.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선 “소나기 없는 인생이 어디 있겠어. 이럴 때는 어차피 우산을 써도 젖어”라는 두식(김선호)의 말이, ‘우리들의 블루스’에선 우울증을 겪으며 내면으로 침잠하는 선아(신민아)에게 “등만 돌리면 다른 세상이 있다”고 건네는 동석(이병헌)의 말이 여운을 남긴다.

모네의 하나뿐인 양산(류 하오 지음, 김여진 옮김, 피카주니어, 1만5000원)=해가 지고 있는 어느 날 오후, 양산을 쓴 여인 카미유는 갑자기 거센 바람을 만난다. 양산은 바람을 타고 그녀를 하늘 높이 띄워 올리고, 어느새 카미유는 수련이 가득 피어 있는 연못에 내려앉는다. 바로 모네의 작품 ‘수련’의 한복판이다.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클로드 모네의 대표작인 ‘양산을 쓴 여인’을 모티브로 상상력을 가미해 쓰고 그린 그림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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