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노상음주의 성지같다.”
밤만 되면 거리에서 술을 마시는 사람들로 쉽게 볼 수 있는 일본 도쿄 시부야역 인근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들로 인한 소음, 통행불편에다 쓰레기까지 넘쳐난다. 술을 마시는 사람들 중엔 외국인들이 많아 관광객들이 증가하면서 일본 곳곳에서 벌어지는 오버투어리즘의 한 형태로 인식되고 있다.
2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시부야구는 10월부터 시부야역 주변 거리, 공원에서 야간 음주를 금지하는 조치를 단행하기로 했다. 일본 할로윈의 성지로 꼽히는 시부야구는 이 시기 음주를 제한하는 조례는 있었지만 외국인 관광객 등의 노상음주가 일상화되면 대상 지역과 기간을 넓혔다. 닛케이 대상지역을 상황을 전하며 “외국인 단체 관광객으로 보이는 이들이 편의점 비닐 봉지를 한 손에 들고 가드레일에 걸터 앉아 술을 마시고 있다”며 “간판을 테이블로 삼아 술을 마시하는 외국인도 있고, 주변엔 쓰레기가 널부려져 있다”고 묘사했다.
시부야구는 경비회사에 위탁해 매일 오후 8시∼오전 5시까지 순찰을 하며 ‘쓰레기를 가지고 돌아가달라’는 등의 호소를 하고 있다. 영어나 스페인어가 가능한 인력도 참여시켰다.
시부야구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할로윈 기간, 연말연시에 한해 노상음주를 금지하는 조례를 2019년 만들었지만 이때 말고도 같은 문제가 외국인을 중심으로 심각해지자 조례를 개정해 공공장소에서 음주를 금지하기로 했다. 시부야구 조사 결과 길에서 술을 마시는 외국인은 지난해 1월 48.8명 정도였으나 올해 6월에는 134명 정도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일본인이 34.3명으로 24% 정도 증가한 것과 비교된다.
닛케이는 이런 상황의 원인으로 “외국인들 사이에서 ‘일본은 음주 규칙이 느슨한 나라’라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라며 “해외에서는 주류를 쉽게 구입해 외부에서 그대로 마시는 것을 용인하지 않는 국가가 많다”고 짚었다. 이어 “도심에서 대규모로 음주를 금지하는 조례가 나온 것은 전국에서 처음이지만 벌칙 규정은 없다”며 “개정 조례가 시행되면 연간 약 1억2200만엔(약 11억2000만원)의 순찰 비용이 들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실효성은 의문이다. 시부야구는 순찰을 하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술을 몰수하는 것도 불사할 방침이지만 대상자가 건물 내부로 잠시라도 들어가면 강제할 수 없다. 음주금지 지역 바깥으로 사람들이 이동할 수도 있다.
닛케이는 “노상음주는 시부야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도쿄도 등의 관여가 필요하다”는 시부야구 관계자의 말을 전하며 “신주쿠에서도 6월부터 할로윈 시기에 한정해 신주쿠역 주변 노상에서의 음주를 금지하는 조례가 시행됐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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