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한달 앞서 불확실성 해소
연동기준 ‘국방비→물가’ 증가율로
年 5% 상한선 설정해 급증 막아
트럼프 집권 땐 재협상 원할 수도
한국과 미국이 2026년부터 5년간 주한미군 주둔 비용 중 한국의 분담 비용을 결정하는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을 타결했다. 미 대선을 한 달여 앞두고 전격 타결되면서 분담금 관련 불확실성이 일단 해소되는 모양새다. 미 대선 결과에 따른 변수가 분담금 협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양측 대표단의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6일 외교부에 따르면 한·미 협상단은 지난 4월 공식 협의를 시작한 이래 약 5개월간 합의를 진행한 결과, 지난 1∼2일 서울에서 연장으로 개최된 8차 회의에서 협상을 최종 타결했다. 외교부는 협상 결과를 알리고 양측이 협정 본문 및 이행약정 문안에 최종 합의했다고 밝혔다. 합의 내용은 최초 연도(2026년) 분담금 총액이 1조5192억원으로, 2025년(1조4028억원) 대비 8.3% 증액된다. 인건비, 군사건설, 군수지원이라는 지원항목 틀을 유지한 채 미 측이 제기한 소요에 기반해 분담금 규모를 협의한 것이다.
합의 내용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한국 측 분담금 연간증가율 지수를 국방비 증가율에서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로 다시 돌린 것이다. 11차 협정 때 결정된 국방비 증가율(평균 4.3%) 연동 기준이 CPI 증가율(2%대 전망)로 대체된다. 연간증가율이 5%를 넘지 않도록 하는 상한선도 설정했다. 이에 따라 2026년 1조5192억원인 방위비분담금 총액은 그다음 해부터는 매년 우리 물가상승률을 적용해 인상하게 된다. 국방비 증가율을 적용했을 때보다 한국 측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025년 물가상승률 전망치(2%)를 적용하면 2030년 방위비분담금은 1조6444억원이 된다. 이 경우 연평균 증가율은 3.2%다. 연간 5% 수준인 국방비 증가율 적용 시 같은 기간 한국의 분담금은 1조8466억원가량 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작지 않다.
이번 12차 SMA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시 예상되는 ‘트럼프 리스크’를 의식한 듯 이례적으로 조기 착수했다. 양국은 올 초 시작된 협상을 5개월 만에 속전속결로 마무리했다. 그러나 변수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우리와 달리 방위비 분담금 협정이 국회 비준 동의를 받지 않아도 되는 연방 행정협정인 미국은 대통령 결단만으로 재협상 요구가 가능해서다. 미 대선 전에 협상이 끝나면서 오히려 새 행정부에 따른 변수를 남긴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부 있다.
한 정부 소식통은 이와 관련, “미국의 정치적 상황에 상관없이 민감한 방위비 문제를 안정적으로 끌고 갈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며 “트럼프가 집권해도 합의 자체를 쉽게 흔들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협상을 요구해 오더라도 일단 한·미가 합의한 사항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 기반해야 한다는 근거를 마련한 것이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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