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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유상증자 철회… 경영권 분쟁 표 대결로 결판난다

입력 : 2024-11-13 19:25:01 수정 : 2024-11-14 01:3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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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 임시주총서 판가름 전망

금감원 “부정거래 혐의” 칼 빼들자
고려아연, 2주일 만에 철회 결정
최윤범, 이사회 의장직 사퇴 발표

MBK·영풍 지분율 5%P 높은 상황
최 회장, 지배구조 개선안 ‘승부수’
국민연금 ‘캐스팅보트’ 역할 할 듯

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 와중에 2조5000억원대에 달하는 일반공모 유상증자 발표로 혼란을 초래했던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이 결정을 철회하면서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기로 했다. 시장과 소액주주의 반발과 금융 당국의 제동에 급히 발을 뺀 모양새이지만 고려아연 이사회가 사실상 대부분 최 회장 측 인사로 채워진 만큼 고려아연 지배력 유지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에서 고려아연 기자회견이 열렸다. 고려아연은 이날 열린 이사회에서 일반공모 유상증자 결정을 철회했다. 사진은 이날 기자회견장 모습. 뉴스

최 회장은 이날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최 회장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에 이어 독립적인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함으로써 이사회 독립성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고 했다.

 

최 회장이 올해까지 5연임째인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에서 물러난 건 영풍 측과의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불거진 갑작스러운 유상증자 추진에 따른 잡음 때문이다. 고려아연은 지난달 30일 자사주 소각 후 전체 발행주식의 20%에 육박하는 보통주 373만2650주를 주당 67만원에 일반공모 형태로 신규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를 위한 조달 금액은 2조5000억원 규모로, 이 중 2조3000억원이 차입금 상황 목적으로 쓰인다고 공시했다.

 

유상증자 발표 뒤 시장에서는 거센 비판이 일었다. 영풍 측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은 지분 확보 및 주주 가치 제고 차원에서 자기주식을 주당 89만원에 공개매수한 뒤 매입량을 전부 소각하겠다고 밝혀 왔다. 그러나 자사주 공개매수를 종료한 지 일주일 만에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발표하며 실제로는 공개매수용으로 회사가 빌린 대량의 자금을 주주 돈을 끌어와 갚으려 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신주 발행가도 문제였다. 자사주 매입 때 89만원이던 주당 가격이 67만원으로 떨어졌는데 고려아연 주가는 공개매수 뒤 장내 매수 경쟁이 예상되며 높게는 주당 15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었다. 시가에 훨씬 못 미치는 가격에 즉각 주주 가치 희석 지적에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했고 일반공모 유상증자 발표 다음 날인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은 현안 브리핑을 열고 “부정거래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최 회장이 고려아연 이사회 의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신주 발행을 결정했던 이사회 대표자로서 책임을 지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빠른 시일 내로 고려아연 회장이자 이사회 평이사로만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내 이사 13명 중 중 영풍 측 인사는 기타비상무이사인 장형진 영풍 고문이 유일해 최 회장이 의장직에서 내려와도 이사회 독립성 강화에 영향이 작을 것이란 의문이 제기된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13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따라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결국 연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주주 판단에 결과가 갈릴 전망이다. 현재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 후 장내 매수를 통해 지분 1.36%를 추가로 취득해 최 회장 측과의 지분 격차를 5%포인트 넘게 벌린 상태다.

 

이날 최 회장은 주주 신뢰 회복 및 경영 참여 증대를 목적으로 하는 지배구조 개선안을 내놓았다. 최 회장은 “캐스팅보트는 고려아연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기관투자자, 소액주주”라며 “조금 더 주주 의견을 직접 청취하고 회사 경영에 반영하고자 MOM(비지배주주 다수결 동의) 같은 방안을 정관에 명문으로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실질적인 캐스팅보트는 고려아연 지분을 7.5% 보유한 국민연금이 꼽힌다.


박유빈·이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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