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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국가원수·행정부수반 전권 행사 못한다 [尹대통령 탄핵안 가결]

입력 : 2024-12-14 23:25:36 수정 : 2024-12-14 23:2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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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무정지된 尹대통령

행정부 수반 지위 관련 권한 정지
헌재 결정 때까지 국정 업무 못해
의전은 계속… ‘대통령’ 호칭도 유지
관저 이용 가능·월급도 그대로 받아
탄핵 인용시 경호 이외 혜택 박탈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오후 국회로부터 ‘탄핵소추의결서’를 전달받은 해당 시각부터 헌법 66조에 규정된 국가원수 및 행정부 수반의 지위와 관련한 모든 권한을 행사할 수 없게 됐다.

 

이날 국회에서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됨에 따라 우원식 국회의장은 탄핵소추의결서 원본과 사본에 각각 서명을 했다. 의결서 원본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인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헌법재판소에 접수하고, 의결서 사본은 국회 의사국 과장이 직접 대통령실에 전달하는 절차를 밟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0월2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열린 제79주년 경찰의 날 기념식에서 축사를 마친 뒤 단상을 내려오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관련 법률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헌법상 갖는 권한인 국군통수권, 계엄선포권, 조약체결 비준권, 사면·감형·복권 권한, 법률안 거부권 등이 모두 정지됐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주재하거나 각 부처 보고 청취 및 지시, 인사명령, 정책 현장점검 등 일상적인 국정 수행 업무를 하지 못한다. 또 선전포고 및 강화권을 행사할 수 없고, 조약을 체결하거나 외국사절을 신임·접수 또는 파견할 수 없게 되는 등 외교상 일정도 수행할 수 없다. 대신 한덕수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으로서 국가원수 및 행정부 수반의 권한을 이양받았다.

 

다만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 사례를 보면 윤 대통령도 참모진으로부터 최소한의 비공식 보고는 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국무위원 등에게 공식 보고를 받거나 업무 지시를 내리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탄핵심판 기간 박 전 대통령은 주로 청와대 관저에 머물렀고, 2017년 1월1일 청와대 출입기자들과 신년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노 전 대통령도 출입기자들과 산행을 하거나 관저에서 책을 읽는 등 주로 청와대에 머물렀다. 윤 대통령도 이러한 과거 일정을 참고할 것으로 관측된다.

 

헌법재판소의 심판 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대통령 신분이 박탈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경호와 의전 등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변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호칭은 그대로 사용할 수 있고, 서울 용산 한남동 관저 생활도 유지된다. 관용차와 전용기도 이용할 수 있다. 다만 국가원수 및 행정부 수반으로서의 업무가 중단된 만큼 전용기를 이용할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급여(올해 연봉 2억5493만원)도 그대로 받는다. 헌재는 탄핵안이 의결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심판절차를 마쳐야 하므로 윤 대통령 직무정지 기간은 최장 내년 6월11일까지다.

 

만약 헌재 결정으로 탄핵이 확정되면 윤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 예우법’에 따른 혜택도 대부분 받지 못하게 된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칠 경우 연금, 비서관·운전기사 지원, 무료진료 등의 예우가 주어지지만 탄핵으로 물러날 경우 경호 외 다른 혜택은 대부분 박탈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뉴시스

탄핵안 가결로 ‘정상외교 공백’은 현실이 됐다. 외교부는 이날 한·미·일 3각 공조를 중심으로 한 한국 외교 기조를 흔들림 없이 추진하기 위해 재외공관 및 주한 외교단과 긴밀히 소통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가 미국에서 신행정부가 출범하기 직전 발생한 외교안보 초비상 국면이라는 점에서 안팎의 우려는 커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비슷하게 이번에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차기 행정부를 넘겨받는 시점에 한국의 현직 대통령의 탄핵안이 가결됐다. 트럼프 당선인이 한·미·일 협력 구도에 얼마나 적극적일지도 알 수 없는 데다, 방위비 분담금 재협상, 주한미군 철수 위협 등의 카드를 쓸 수도 있는 상황에서 미국과의 관계에 변수가 더해지는 건 분명 좋지 않은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외교부 청사)의 모습. 뉴시스

외교부는 이미 ‘12·3 비상계엄 사태’로 충격을 받은 세계 각국을 상대하며 외교적 혼란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하는 상황 관리 모드에 들어간 상태다. 대통령의 정상외교는 불가능한 상황인 데다, 외교부 장관이 포함된 국무위원 전원이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불가피한 선택이다. 외교부는 계엄 선포 및 해제 다음 날인 4일 본부 및 전 해외공관에 “국내 정치 상황에 동요 없이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하라”고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주요국을 포함해 국제사회와 협력 중인 외교 일정을 차질 없이 관리하면서 현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열리기도 하고 날짜를 미루기도 하는 절차들이 있을 것이라고 외교부 당국자는 설명했다. 탄핵안 가결된 직후 외교부는 전 재외공관 및 주요국 대사들에게 현 상황을 설명하고, 외교 정책을 차질 없이 수행할 것이란 의지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병욱·정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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