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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우호국 순방·개도국 세력 규합… 중국 ‘내 편 만들기’ 행보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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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05 15:45:21 수정 : 2024-05-07 06:5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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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방 견제 맞서 돌파구 마련 전략

시진핑, 5∼10일 프랑스 등 3개국 방문
美 ‘디리스킹’에 EU 가세 차단 노림수
中 투자 바라는 국가 상대로 ‘맞춤 외교’

왕이, 베트남·페루 등 외교장관들 만나
일대일로 고리로 ‘글로벌 사우스’ 공략
2023년 중남미 주요국 교역액 ‘역대 최대’

中, 금전·개발 약속 앞세워 ‘단교’ 유도
대만 수교국, 아이티 등 12개국만 남아

중국이 ‘내 편 만들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개발도상국 맹주를 자처하며 세계 다극화를 강조하고,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에 위치한 신흥국과 개도국을 통칭)를 포섭해 미국 등 서방의 견제에 맞서는 우호 세력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여기에 더해 중국은 서방이 뭉쳐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구도를 완화하려고 유럽 등 서방의 우호국을 찾아 협력을 논의하고 있다. 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유럽 순방길에 오르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왼쪽)과 왕이 중국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 연합뉴스

◆유럽 가는 習… 제재 돌파구 찾나

시 주석이 5년 만에 유럽 땅을 밟는 건 중국을 겨눈 서방의 제재 연대를 허물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각종 경제·안보 이슈로 미국과 대립을 이어 가는 가운데 유럽연합(EU)과도 대(對)러시아 관계, 전기차·태양광 패널·풍력터빈 등의 문제로 대치하는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이 힘을 합쳐 대중 제재를 가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중국 입장에서는 미래 산업인 인공지능(AI)이나 군사 응용 프로그램으로 전환될 수 있는 첨단기술의 중국 접근을 가로막는 미국의 디리스킹(위험 제거)에 EU가 가세하는 걸 방지해야 한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과 달리 EU 회원국들은 중국 투자를 바라고 있으며, 중국 역시 EU에 더 많은 경제적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 시 주석의 유럽행 배경이라고 분석했다. 5∼10일 시 주석의 프랑스·세르비아·헝가리 3국 방문은 이런 인식에 바탕을 두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특히 시 주석의 방문지 모두 유럽 내에서 상대적으로 중국 우호국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주요 EU 회원국이면서도 대미 자주 외교를 표방해 온 프랑스는 중국과 접촉이 잦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유럽의 미국 추종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비쳤고, ‘중국 감싸기’로 보일 수 있는 행보도 피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마크롱 대통령이 시 주석 방문 기간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라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압력을 행사하도록 시 주석에게 요구하면서도, 정상 간 유대 관계를 돈독히 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외교가에서는 시 주석의 프랑스 방문을 계기로 중국이 코냑 등 프랑스산 브랜디 반덤핑 조사를 멈출 가능성도 제기된다. 어차피 반덤핑 조사는 EU의 중국산 전기차 반덤핑 조사를 빌미 삼은 맞불 성격이었다는 점에서 취소가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EU는 집행위원회 차원에서 중국산 전기차·태양광 패널·풍력터빈·전동차·의료기기 등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에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세부 사항은 회원국별로 입장 차이가 있다. 이에 중국은 회원국들에 대한 ‘맞춤 외교’로 EU 연대를 허물려 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이외에 세르비아와 헝가리 방문은 우의 다지기 차원으로 보인다. 헝가리는 중국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사업의 핵심 국가로, 극우 성향 지도자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시 주석에게 강한 호감을 표시해 왔다. 시 주석의 헝가리 방문은 EU의 중국산 반보조금 정책 등을 희석하거나 차단하는 데 헝가리가 역할을 해 주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블룸버그는 전망했다. 그 대가로 중국은 헝가리에 일대일로 사업에서 큰 혜택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또 시 주석은 1999년 미국 주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군에 의해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대사관이 폭격당한 사건 25주년이 되는 날인 7일 세르비아를 방문해 정서적 공감을 하면서 세르비아 지원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도국 맹주’ 자처하는 중국

중국 외교사령탑 왕이(王毅) 중국공산당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파푸아뉴기니, 베트남, 라오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볼리비아, 페루 등 다양한 개도국 외교장관을 만나 회담했다. 이는 개도국의 맹주로 반(反)서방 세력을 규합하려는 중국의 의도와 무관치 않다. 왕 부장은 지난해 일대일로 포럼에서 “어느 국가가 개도국에 더 많은 도로·철도·다리를 놓을 수 있는지, 어느 국가가 저소득국에 더 많은 학교·병원·체육관을 지을 수 있는지, 우리는 자신 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의 글로벌 사우스 공략에 핵심 역할을 하는 것이 일대일로다. 중국 정부가 지난해 발간한 일대일로 구상 10주년 백서에 따르면 일대일로에는 150여개 국가와 30개의 국제기구가 참여하고 있으며, 누적 사업액이 2조달러(약 2774조원)에 이른다. 미국 달러화 중심의 글로벌 금융 시장에서 위안화의 영향력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은 일대일로 백서를 통해 일대일로 20개 파트너 국가와 통화 스와프 협정을 체결했고, 17개 국가와 위안화 청산 협약을 맺었다고 밝혔다.

반면 일대일로 참여는 일부 저개발 참여국들에 독이 된 경우도 적지 않았다. 스리랑카 등 감당하기 어려운 빚으로 부채의 함정에 빠진 저개발국이 속출했고, 이는 서방이 일대일로를 비판하는 빌미가 됐다.

시 주석은 지난달 중국을 방문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의 면담에서 글로벌 사우스의 단결을 강조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라브로프 장관과 만나 “중국은 항상 중·러 관계 발전을 중시하고 러시아 측과 긴밀한 양자 소통과 브릭스(BRICS: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경제국 협의체) 및 상하이협력기구 등 다자간 전략적 협력 강화를 희망한다”며 “글로벌 사우스를 단결시켜 국제적 공동통치 시스템 개혁을 추진하고 인류 운명 공동체 건설을 강력하게 주도하자”고 제안했다.

개도국이 다수인 중남미와 중국 간 교역 규모는 지난해 역대 최대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BBC 스페인어판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과 중남미 주요 20개국 간 전체 교역액은 4800억달러(약 665조원)에 달했다. 이는 2000년(140억달러)의 34배에 달하는 규모다.

 

◆대만엔 수년째 ‘수교국 끊어내기’ 공세

 

중국은 개도국들에 손을 내미는 것과 달리 대만에 대해서는 갖은 수단을 동원해 국제사회에서 고립시키려 하고 있다. 특히 돈과 개발 약속을 앞세워 몇 안 남은 대만의 수교국을 빼 오는 데 열중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중국의 대만 수교국 끊어내기 공세로 현재 대만 수교국은 파라과이와 과테말라, 교황청, 벨리즈, 에스와티니, 아이티, 팔라우, 마셜군도,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투발루 12개국에 불과하다.

 

최근에는 중국의 ‘금전 외교’를 통한 대만 수교국 빼내기 시도가 세계에 공개되는 일도 발생했다. 지난 2월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클레오 파스칼 연구원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수랑겔 휩스 팔라우 대통령이 미국의 한 상원의원에게 보낸 서한을 공개했다. 서한에는 중국이 이미 자국의 민간 관광객들이 팔라우의 모든 호텔을 채웠으며, 팔라우가 호텔을 더 짓는다면 더 채우는 것은 물론 매년 2000만달러(약 277억원)를 지원해 팔라우에 콜센터를 건설해 운영하도록 할 것이라면서 미국·대만과의 단교를 제안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휩스 대통령은 또 “팔라우가 주변 수로는 물론 미국 하와이와 아시아 간의 해상·영공에 대한 전략적 통제권을 미국에 제공하고 있는 것을 중국이 탐내고 있다”며 미국에 팔라우와 자유연합협정(COFA) 연장 절차를 조속히 매듭지으라고 촉구했다. COFA는 미국이 경제 원조를 제공하는 대신 해당국에 미군이 공중, 해상, 육지로 접근할 권한을 갖기로 한 협정이다.

 

사진=AFP연합뉴스

대만 외교부는 팔라우 대통령 서한이 공개된 이후 성명을 통해 중국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팔라우와 평화, 번영, 안정을 지속해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만은 20일 라이칭더(賴淸德) 총통 취임식을 앞두고 남은 수교국 지키기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이미 라이 총통 당선 이틀 만인 지난 1월15일 남태평양 섬나라 나우루가 대만과 단교를 선언한 것을 포함해 민주진보당 집권기인 지난 8년간 나우루를 포함해 상투메 프린시페, 파나마, 도미니카공화국, 부르키나파소, 엘살바도르,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니카라과, 온두라스 등 10개국이 대만에 등을 돌렸다.

 

대만의 기밀 외교문서가 유출돼 해커들이 매매하는 정황을 파악하고 대만 당국이 지난달 조사에 나섰는데, 해당 문서에는 대만의 12개 수교국 가운데 교황청과 투발루의 상황에 ‘황색등’(경고)이 켜져 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베이징=이우중 특파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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