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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범도를 어찌할꼬…육사 내부 재배치로 가닥, 발표는 아직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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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06 13:06:02 수정 : 2024-05-06 13: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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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국방부를 뜨겁게 달군 홍범도 흉상 이전 논란에 대해 육군과 육군사관학교의 장고가 길어지고 있다. ‘홍범도 흉상’만 콕 집어 외부 이전을 강행하려고 했던 지난해와 달리 육군사관학교 내 재배치로 가닥을 잡았으나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어떤 대답도 내놓지 못하는 상태다.

 

5일 세계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시설물 종합 계획’을 수립 중인 홍범도 장군 흉상을 포함해 독립전쟁 영웅 5명의 흉상을 교내에 재배치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복수의 군 소식통은 지난달 초부터 육사 내부 재배치로 결론이 모이고 있다고 전해왔다. 그러나 육군과 육사는 그때마다 “시설물 계획을 수립 중이다”고만 답변해 왔다. 한 군 소식통은 “육사도 이미 흉상을 학교 외부로 옮길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다”며 “다만 국방부 등 윗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소식통은 “존치나 교내 재배치에 대한 의견은 초기부터 나왔다”고 말했다. 애초에 군 내에서도 흉상 이전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는 것이다.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故 홍범도 장군 흉상. 연합뉴스

당초 육사는 생도 교육시설인 충무관 앞 독립운동가 흉상 전체를 외부로 이전하려고 했다. 그러나 해당 사실이 알려지며 여론이 악화되자 홍범도 장군 흉상만 독립기념관이나 외부로 이전하려고 했지만 사회 각층에서 비판이 거세지자 결정을 유보했다. 특히 야권뿐만 아니라 여권 내에서도 흉상 이전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 논란 당시 국가보훈부 장관이었던 박민식 전 장관은 총선을 앞두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홍범도 동상을 육사에서 옮기면 우리 부 소관인 독립기념관으로 와야 하는 데 나는 ‘국민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며 반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여론에도 지금까지 국방부와 군 수뇌부는 흉상 이전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도 의원 시절부터 홍범도 장군의 소련 공산당 가입 이력을 문제 삼으며 흉상 이전은 결정된 것이 말했고 장관에 부임한 뒤에도 “볼셰비키 홍범도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하는 것은, 육사의 정체성과는 맞지 않는다고 본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신 장관은 지난해 11월 열린 출입기자들과 간담회에서 흉상 이전이 쉽지 않다는 것을 내비치기도 했다. 당시 신 장관은 “(이전은) 연내에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며 “장관 부임 초에 빠르게 이전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제 설득력이 부족해서인지 저희 방향성에 대해 부정적 의견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때도 “육사에 홍범도 장군 흉상이 있는 것이 적절하지 못하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육사가 여전히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도 여전히 윗선을 의식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애초에 군이 역사논쟁에 뛰어든 것 자체가 잘못이라는 의견도 많다. 지난해 흉상 이전 논란이 불거졌을 때 국방부는 논란의 입장문을 발표하며 뭇매를 맞았다. 당시 국방부는 입장문은 “홍범도 장군은 1921년 6월 러시아공산당 극동공화국 군대가 자유시에 있던 독립군을 몰살시켰던 자유시 참변과 연관되어 있다는 의혹이 있다”며 많은 역사학자조차 인정하고 있지 않은 자유시 참변에 가담 의혹을 주장했다. 또한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채 지금의 기준으로 공산주의 이력이 있다, 빨치산으로 활동했다고 주장해 논란이 커졌다. 1920년대는 이념을 두고 싸웠던 시기가 아니라 2차 세계대전에서 미국과 중국 소련 등이 함께 일본과 싸웠고 독립운동가들은 이들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 국방부 내에서는 해당 입장문을 내는 것조차 반대하는 목소리가 컸던 것으로 전해졌다.

 

야권과 독립운동 단체에서는 교내 재배치에 대해서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광복회는 지난 2일 보도자료를 통해 “흉상이 정 지긋지긋하다면 차라리 폭파하라”며 비판했다. 광복회는 “흉상 재이전 시도는 총선 민의를 거스르는 경악스럽고 비겁한 짓”이라며 “흉상 철거가 당당하다면 총선 시기에 내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을 일이었다. 민감한 선거 시기에는 국민의 지탄이 두려워 숨겨놓았다가 이제 변형된 형태로 흉상을 슬쩍 옮기려는 것이 비겁하다는 것”이라고 했다. 독립운동단체들도 지난 2월28일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와 육사에 강력히 요구한다. 홍 장군의 흉상을 단 1㎝도 옮겨서는 안 된다”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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