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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집값 통계조작 문제삼더니 19만채 빠뜨린 통계는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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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01 23:48:52 수정 : 2024-05-01 23:4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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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국의 주택 공급실적이 실제보다 19만2000채 적게 집계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7∼12월 주택 공급 데이터베이스(DB) 시스템의 오류로 재개발·재건축의 정비사업과 300채 이상 주상복합이 주택 공급실적 통계에서 누락됐고, 지난해 9월에는 시스템 버그로 준공 실적까지 빠졌다. 지난 1월 말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전수조사에 나서 정정했더니 준공 물량이 31만6415채에서 43만6055채로 껑충 뛴 것을 비롯해 인허가, 착공 물량 등 공급실적이 크게 늘었다. 분당이나 일산 규모의 공급실적이 누락됐으니 참사라고 할 만하다.

주택 공급 DB 체계 개편 과정에서 빚어진 오류라고 한다. 전에는 주택공급통계정보시스템(HIS)과 지지체 공무원이 수치를 입력하는 건축행정정보시스템을 직접 연계했는데, 지난해 7월부터 ‘국가 기준데이터 관리시스템’을 거치도록 하면서 누락이 생긴 것이다. HIS 기능 개선작업 과정에서도 주택공급을 하는 사업자가 중간에 바뀔 경우 해당 주택이 준공 실적에서 빠지는 오류가 생겼다. 그렇다고 쳐도 경기 전망과 정책 수립의 기초가 되는 통계에서 발생한 치명적 실수는 입이 열 개라도 변명의 여지가 없다.

정부가 자체 점검으로 오류를 시정하고 뒤늦게나마 공개한 건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엉터리 통계를 바탕으로 지난해 9·26 공급대책과 올 초 1·10 부동산대책을 발표했다. 정부가 주택공급이 부족하다는 인식을 충분히 하고 있는 만큼 통계상 과소 집계가 정책 방향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는 않았으리라고 본다. 그래도 잘못된 지도를 지닌 채 산에 오른 격 아닌가. 정부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를 크게 떨어뜨리는 행위다. 주택공급이 과소 집계된 통계라서 망정이지 과다 집계됐더라면 어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

시스템 변경 과정에서 빚어진 해프닝쯤으로 끝낼 일이 아니다. 국가 주요 통계 작성에서 빚어진 중대한 실수다. 부동산 정책이 효과를 낸 것처럼 보이려고 한국부동산원 아파트 가격 동향 등 주택 통계를 조작했다고 전 정부 고위공직자들을 엄단한 정부가 아닌가. 코드 누락과 같은 프로그램상 오류인지, 시스템 관리의 문제인지 등을 명명백백하게 가려야 한다.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일벌백계하고 재발방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도 두말할 필요 없다. 더불어 정부의 다른 통계에는 이런 오류가 없는지 꼼꼼히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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