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완연한 봄이라 사람들은 겨울내 움츠렸던 가슴을 펴고 자꾸 밖으로 나가고 싶어한다. 누가 그랬던가, 집과 여자는 가꾸어야 된다고.
이제 봄이 되니 여자들의 옷차림은 화사해지고 사람들은 집을 단장 하느라 부지런히 꽃을 심는다. 미국 사람들도 봄이 되면 꽃을 심고 가꾸느라 꽃 가게를 가면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우리 동네도 요즘 지나가다 보면 자기 집 앞에 꽃을 심는 모습들이 여기저기 눈에 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으리라 본다. 그래서 봄이 오면 너도 나도 꽃을 심고 바람 따라 향기 따라 꽃을 보러 집을 나선다. 나도 꽃을 참 좋아하는데 왠지 꽃을 가꾼다거나 심는 것에는 취미가 없다.
글을 쓴다거나 책을 읽는 것은 몇 시간을 앉아 있어도 지루하지 않은데 꽃을 심거나 뒤곁에 토마토 라도 심기 위해 땅을 파기 시작하면 30분도 안돼서 몸이 뒤틀리는것 같고 지겨운 느낌이 든다.
어떤 사람들은 가든 일을 하는 게 취미라는 사람도 많은데 차라리 나는 다른 걸 하고 말지 가든 일 하는 것은 정말 싫다. 꽃은 좋아하면서 왜 그런지 모르겠다. 그냥 쳐다 보는 것만 좋다. 사람은 살면서 자기가 좋아 하는 일만 하면서 사는 것도 큰 복이겠지만 좋아하지 않아도 꾹 참고 해야 할 때가 있다. 그게 바로 나에게는 꽃을 심는 일이다.
'꽃을 심는 여인' 내정서 하고는 거리가 좀 먼데 그래도 할 수 없이 봄이 되면 집 근처 꽃 가게를 찾게 된다. 우선 흙 몇포대 사고 꽃을 색깔별로 골랐다. 꽃 이름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그저 화단에 색깔 매치만 보고 골랐다.
나 같은 사람한테 오는 꽃은 좀 안됐지만 그래도 내 손에 선택되어 우리 집으로 오게된 꽃들을 보면서 너랑 나랑도 이렇게 인연이 있어 만났다고 두런거렸다. 우선 화분 사이즈로 땅을 파고 새흙을 좀 넣어 꽃을 심고 잘 자라 라고 다독거리고 물을 주었다. 꽃을 심는 게 보기에는 쉬운 것 같지만 나같은 사람에게는 쉬운게 아니다. 아주 하루 종일 걸린다.
식물도 사람 마음을 감지 할 수 있다고 하는데 할 수 없이 동네 사람들 다 하니까 나도 어거지로 하는 걸 꽃들도 알까 싶어 미안하다. 이렇게 큰 맘 먹고 꽃을 심어 놓고 보니 겨울을 나고 나무 밖에 없던 집앞 분위기 사뭇 다르다.
이제 가끔 제때 물만 잘 주고 이뻐해 주기만 하면 여름내내 지나다니는 우리들에게 꽃은 자기들이 가지고 있는 아름다움을 맘껏 뽐낼 것이다. 사람이나 집이나 정성을 들이고 가꾼 것은 반질반질 표가 나고 생동감 있어 훨씬 보기가 좋다.
그래서 집과 여자는 가꾸어야 된다는 말도 생긴 것 같다. 그런데 집은 그렇다 치고 나는 웬만하면 화장은 잘 안 하고 어디를 가면 그때는 화장을 좀하는 편인데, 화장에 투자하는 시간은 단 5분을 넘기지 않고 금방 해치운다.
친구 중에는 어디를 갈때 화장하는데만 2시간이 걸린다고 말해서 정말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그렇게 예쁜가? 나도 이제 부터는 화장하는 시간을 5분에서 10분쯤으로 늘려서 투자하면 좀 더 예뻐 보일까 생각도 해보지만 이 얼굴에 오십보 백보, 거기서 거기일 것 같다.
그러나 우리 집 화단은 내가 게으름 피우지 않고 잘 가꾸어만 주면 준 만큼 확실하게 아름다움을 돌려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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