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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인력 부족으로 反문화재 정서 확산

입력 : 2013-05-30 21:04:57 수정 : 2013-05-30 21:0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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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 주최 ‘문화융성시대 문화재정책…’ 세미나
문화재청 예산 전체의 0.17%
광역단체 중 전담조직 4곳 78명
문화예산비율도 OECD의 절반
유적 발견 땐 개발자 부담 원칙
고의적 훼손·방치하는 경우도
예산 확대·전문인력 확충 시급
‘0.17%. 4곳의 78명.’

우리나라 문화재 정책의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수치다. 문화재 정책을 주도하는 문화재청의 1년 예산은 정부 전체의 0.17%(2012년 326조원 중 5500억원) 정도에 불과하다. ‘4곳 78명’은 지정문화재의 상당 부분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광역지방자치단체 중 과단위의 문화재 전담 조직을 갖춘 곳의 수와 소속 인원 현황이다. 지난 28일 문화재청 주최로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문화융성시대, 문화재 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구축과 실행을 위한 세미나’에서는 재원과 인력 부족 등으로 인한 문화재 관리의 허점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재원 부족으로 인한 반문화재 정서의 발생

예산 부족 문제는 문화재의 보존과 관리를 둘러싼 갈등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토연구원 채미옥 센터장의 분석에 따르면 2000∼09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문화예산 비율 평균은 0.68%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8개국 평균 1.21%에 비해 상당히 낮다. 이런 사정은 민간 부문의 ‘반문화재 정서’를 유발한다. 가령 개발사업을 하다 문화재가 발견되면 지표·발굴조사, 보존처리 등의 비용을 개발사업자가 부담하도록 하고 있어 사업자들이 고의적으로 문화재를 훼손하는 경우가 있다.

채 센터장은 “재원 확보는 문화재 보존과 개발의 갈등을 해소하고, 친문화재적 정서를 확산시키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며 “문화재 주변지역 주민의 희생과 개발자가 부담하는 비용 문제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계명대 김권구 교수도 “문화재로 인해 재산상의 손실을 입는다고 느끼는 주민이 보상을 기대하기에는 백년하청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기 쉽다. 문화재청 예산이 전체 예산의 1%(3조원가량)는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세미나에 참석한 전문가들이 문화재 보존 정책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다.
문화재청 제공
◆지자체 문화재 관리의 후퇴

지방자치단체는 문화재 관리의 중심이다. 국가 및 시도 지정문화재, 등록문화재, 비지정문화재 등 모두 1만1555건의 문화재가 전국 230개 기초자치단체에 산재해 있다.

문화재청이 직접 관리하는 일부와 국립박물관들이 소장한 문화재를 제외한 대부분의 문화재를 지자체가 관리하는 셈이다. 하지만 지자체의 문화재 관리 역량은 주어진 역할에 전혀 부합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장호수 충북문화재연구원장은 “문화재 보존관리 환경의 변화에 비해 지자체의 관리 시스템은 정체 또는 후퇴했다”고 규정했다. 장 원장에 따르면 전체 지자체의 40%가 문화재 관리 부서를 두고 있지만 구성원은 두세 명에 불과하고, 과단위 조직을 갖춘 곳은 광역자치단체 4곳(서울·인천·경기·경북), 기초자치단체 6곳(공주·부여·익산·경주·김해·연천)뿐이다.

문화재 전담 인력의 근무 연수는 1년 미만이 87.5%이고, 학예직은 11% 정도로 전문성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서울대 박소현 교수가 소개한 미국의 사례와 비교하면 문제점이 더욱 명확해진다. 미국은 1966년 ‘국가역사보존법’을 제정해 문화재 보존을 위한 연방·지방정부 차원의 전담 기구를 각각 두고 있다. 지방정부의 기관장은 연방정부에서 임명한다. 문화재 보존을 위한 전문 인력의 확충을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이라고 할 수 있다.

장 원장은 지자체의 문화재 보존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문화재담당관제 도입 등 핵심역량의 강화 ▲예산 지원 및 공조 체계 구축을 통한 상시관리체제 운영 ▲기초지자체에 대한 광역지자체의 지도·감독권 강화 ▲지자체 간 네트워크 구축 ▲규제 지역 주민 지원과 문화재 업무 수행 간접 지원 등을 과제로 제시했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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