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을 열흘 앞두고 벌초가 한창이다. 해마다 벌초 시즌이면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예초기나 낫에 의해 다치기도 하고 뱀에 물리거나 벌집을 건드려 벌에 쏘이기도 한다. 척추·관절 통증 등 벌초 후유증도 뒤따른다. 무거운 짐을 들고 산을 오르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예초기는 무거운 데다 진동이 심해 체력소모가 상당하다. 벌초를 할 때는 복장부터 준비운동, 풀을 베고 마무리하는 과정까지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고 한시도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무거운 예초기를 오래 사용하면 어깨·등·허리·발목 등에 무리가 따른다. 벌초 시간을 1회 10분 정도로 조절하는 게 좋다. |
도시에 거주하며 육체노동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산에 올라 예초기를 등에 지고 풀을 깎는 일 자체가 체력에 부치는 일이다. 벌초를 가벼운 나들이 정도로 여겼다가는 온몸 통증에 시달리며 추석연휴 내내 자리에 누워 지낼 수 있다.
김성권 고도일병원 줄기세포센터 원장은 “벌초할 봉분이 대개 산 중턱에 있어 산에 오르는 첫 단계도 만만치 않다”며 “등산은 건강한 사람에게는 훌륭한 운동이지만 허리디스크 같은 척추질환이 있는 사람에게는 통증을 부르는 원인”이라고 말한다.
산을 오를 때는 허리를 숙이게 되는데 이때 휘어진 척추 사이로 디스크가 눌려 신경을 자극, 통증이 생긴다. 무릎이나 발목 관절이 부실한 사람도 경사진 산에 오르는 일은 부담이 된다.
산에 오르는 과정에서 척추와 관절 통증을 예방하려면 우선 복장에 신경 써야 한다. 긴소매 긴바지 등산복을 입고 장갑과 무릎·발목 보호대를 착용한다. 예초기 칼날에 부딪힌 돌이 눈에 튈 수 있으므로 보호안경을 쓰는 것도 잊지 않는다. 산에 오른 뒤에는 적어도 10분 이상의 스트레칭으로 전신근육을 충분히 풀어준다.
김 원장은 “벌초할 때 목이 긴 장화를 신는 경우가 많은데, 장화는 무겁고 발목관절을 지지해 주지 못해 산에 오를 때는 적절하지 않다”며 “발목까지 올라오는 등산화를 신고 산에 오른 뒤 벌초하기 전 장화로 갈아 신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고속 회전하는 칼날로 잡초를 베는 예초기는 연료와 오일을 채워 넣으면 무게가 10kg가량 된다. 무거운 예초기를 오래 들고 사용하면 어깨·등·허리·발목 등에 무리가 간다. 더욱이 예초기 모터 회전에 의한 진동이 심한 탓에 어깨와 팔에 힘이 들어가 상체 전체가 긴장하게 된다.
예초기를 사용하기 전에는 안전장치를 반드시 점검한 뒤 어깨 끈을 조절해 등에 붙여 멘다. 또 두 세 사람이 교대로 번갈아가며 예초기로 벌초하고, 한 사람당 10분 정도로 벌초시간을 조절한다. 작업을 중단하거나 이동할 때는 예초기 엔진을 정지시켜야 한다.
◆낫으로 벌초 할 때 20분마다 휴식
비석이나 돌담 주변의 풀은 낫으로 베어내야 한다. 예초기 날이 비석 등에 부딪히면 안전사고가 일어날 위험이 높다. 낫으로 풀을 벨 때는 허리를 90도 가까이 숙이게 돼 조금만 지나도 어깨와 허리에 통증이 생긴다. 잡초를 뽑을 때 쪼그려 앉으면 무릎과 발목에도 무리가 간다. 이같이 작업할 때는 20분 이상 지속하지 않도록 한다.
20분마다 허리를 펴고 일어서서 어깨·팔·다리 등 전신을 골고루 스트레칭해 준다. 자리를 옮길 때는 앉은 자세로 이동하지 말고 바닥을 짚고 무릎부터 천천히 일어나 허리를 쭉 편 뒤 스트레칭을 하고 걸어서 이동한다. 쪼그리고 앉아 있다 뒤를 돌아보는 동작은 척추가 뒤틀어지며 허리디스크에도 부담이 가므로 자제해야 한다.
벌초를 마치고 집에 돌아온 뒤에는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것이 우선이다. 따뜻한 물로 전신 샤워를 하면서 굳어진 근육과 척추를 이완시켜 준다. 핫팩이나 따뜻한 수건으로 찜질해 주면 통증이 줄어든다.
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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