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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 이사람] 대학로 연극 부흥 앞장선 이지현 제이에이치컴퍼니 대표

입력 : 2013-05-28 21:03:29 수정 : 2013-05-28 21: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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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이태원에 빼앗긴 20대 다시 불러올 겁니다”
대학 1학년 때 동아리 가입하면서 연극과 인연
산업진흥원 ‘창업 프로젝트’에 뽑혀 극단 창단
제작·배우 등 1인4역 맡은 ‘삼봉이발소’ 대성공
‘JH아트홀’ 개관 기념으로 ‘DJ페스티벌’ 마련
연기 체험 등 통해 대학로만의 문화 정립 시도
문화 소외계층 찾아 대구·울산 등 지방공연도
“홍익대 주변이나 이태원의 클럽문화에 마음을 빼앗겨 대학로를 떠나간 20대들을 다시 불러와야 합니다. 그러자면 우리 연극의 특성과 클럽문화를 접목시키는 이벤트가 필요해요. 20대의 욕구, 그들의 요구를 충족시켜 주어야 하니깐요. 지금 기획 중인 ‘동네 DJ페스티벌’ 같은 행사를 꼽을 수 있죠.”

이지현 제이에이치컴퍼니 대표는 대학로 연극 부흥을 위해 새 바람을 일으킬 태세다.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만들겠다는 각오로 새 공연장을 찾아 5년 장기 임대계약을 맺고 ‘JH아트홀’을 개관한다.

6월14일 오후 10시에 열리는 ‘동네 DJ페스티벌’은 대학로의 젊음과 활기를 되찾자는 뜻으로 마련하는 개관 기념행사다. 대학로와 제이에이치컴퍼니(JH)의 영문이니셜 머리글자를 따서 이름 붙였다. 클럽 파티를 열고 당일 참석한 관객에게 DJ 역할을 돌아가며 맡긴다. 관객은 제이에이치컴퍼니의 흥행작인 ‘삼봉이발소’와 ‘어린 신부’의 극중 배역도 직접 골라 연기해 보는 기회를 누릴 수 있다.

개관일 나흘 전부터는 ‘D-4’, ‘D-3’, ‘D-2’, ‘D-1’ 등의 일별 행사를 진행한다. 제이에이치컴퍼니 로고를 닮은 리본을 만들어 나누어주고, 대학로를 한바퀴 돌아보는 투어행사도 갖는다. 대학로에서는 매일 이 같은 이벤트가 열릴 것 같지만 그간 이를 기획하거나 진행한 극단은 의외로 없었다. 대학로만의 특색 있는 문화를 정립하고자 이 대표가 처음 시도하는 것이다.

“뜻하지 않았던 투자를 기다린다거나 로또 당첨의 행운을 바라고만 있을 수는 없잖아요. 우리 힘으로 먼저 해봐야죠. 젊은데 뭘 못하겠어요.”

한국 연극의 중흥을 꾀하려면 먼저 대학로 연극부터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행동에 옮기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실천이 먼저다. 이 대표는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발 빠르게 움직인다. 기획에서 각색, 연습을 거쳐 무대에 올리기까지 한 작품의 준비기간을 6개월 이상 넘기지 않는다. 떠오른 아이디어는 곧장 눈앞에 구현하거나 행사에 접목하고 연극에 투영시킨다. 단원들은 그녀의 구상이나 계획에 적극 동의하며 지지하는 이유를 ‘당차고 야무지게 일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이 대표가 연극과 연을 맺은 것은 숙명여대 법학과 1학년 때 대학연극연합동아리 ‘라임 라이트’에 가입하면서부터다. 이듬해 배우로 데뷔하고, 서울산업통상진흥원(SBA)이 주관한 ‘청년창업 1000 프로젝트’에 응모해 뽑혀 사무실을 지원받고 극단 제이에이치컴퍼니를 창단했다. 연극관람 가격을 커피값과 비교하면서 구체적으로 흥행 가능성을 역설한 프레젠테이션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리고 일을 저질렀다. 은행에서 1000만원을 대출받아 만화 ‘삼봉이발소’를 각색해 무대에 올렸다. 기획·각색·배우 그리고 제작을 책임지는 대표 역할까지 1인 4역을 했다.

“첫 공연을 할 때 통장 잔고가 0원이었어요. 출연 배우들 개런티는 반드시 벌어서 주어야 할 입장이었죠. ‘절실함’이 엄습했어요. 더 물러설 곳이 없는 상태라 악착같이 덤볐던 기억이 나네요. 명동이나 홍대, 대학로 그리고 지하철에서 ‘삼봉이발소’ 코스튬플레이 이벤트를 벌이거나 배우와 함께 사진찍기 등의 행사를 펼쳤죠.”

“대학로의 젊음과 활기를 되찾자”는 이지현 대표는 JH아트홀 개관과 함께 ‘동네 DJ페스티벌’ 등 다양한 이벤트를 준비하고 있다. 빠르게 옮겨주는 엘리베이터보다는 하나씩 절차를 밟아 올라가는 동안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계단을 더 좋아한단다.
이 대표는 한 기수당 8∼12명으로 짜인 서포터즈도 운영했다. 이들은 온·오프라인에 연극 후기를 작성해 올리거나 이벤트에 참여하고, 연극에 대한 관객 입장의 시선 등 각종 조사에도 응하면서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두 달 만에 객석 예매율이 90%를 넘어섰다. ‘삼봉이발소’에 이어 후속작인 ‘어린 신부’도 시즌3가 무대에 오를 만큼 흥행몰이를 하는 중이다.

이 대표의 창단은 불과 3년 전 이야기다. 그녀는 이제 24살. 또래들이 도서관에서 취업을 위한 토익 공부와 스펙 쌓기에 열중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당당하게 실현하고 있는 휴학생 최고경영자(CEO)다.

이 대표는 극단의 중장기 사업으로 ‘비서울지역 거주민을 위한 문화공연 프로젝트’도 함께 펼치고 있다.

“서울에 살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문화적 빈부격차를 겪어야 하는 곳이 많아요. 사실 제2의 도시인 부산만 해도 공연장이 20여개에 불과한데, 소도시로 가면 갈수록 공연문화는 존립할 수 없는 현실에 놓여 있어요. 문화 소외계층을 찾아가 대개 3주간 머무르며 순회공연을 펼치는 겁니다.”

이 대표와 단원들은 아무런 지원이 없어 어려운 형편이지만 팀을 나누어 그간 부산·대구·울산 공연을 다녀왔다.

차기작은 11명으로 늘어난 전속 단원들, 그리고 스태프와 함께 검토 중이다. 지친 현대인의 치유를 위한 동화 같은, 환상적인 이야기로 의견이 모이는 중이란다.

“첫 작품이 외모지상주의를 꼬집었고, 두 번째는 대중지향성이 강했으니 이번에는 관객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는 작품을 해보고 싶네요.”

젊은 연극인들은 그녀에게 ‘대학로 잔다르크’라는 별칭을 붙여주었다. 새 바람의 진원지는 JH아트홀이 될 듯싶다. ‘젊음이 지닌 힘과 패기를 믿는다’는 이 대표의 행보를 눈여겨 볼 일이다.

글·사진=김신성 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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