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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의 프리즘 통해 전쟁과 문명의 역사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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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07-12-22 09:45:56 수정 : 2007-12-22 09:4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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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과한권의책]MADE IN WAR 전쟁이 만든 신세계
이도겸 플래닛미디어 편집팀장
[편집장과한권의책]

MADE IN WAR 전쟁이 만든 신세계/맥스 부트 지음/송대범·한태영 옮김/플래닛미디어/3만9800원

미국의 자동차 왕 헨리 포드가 자동차회사를 세운 1903년 무렵은 차가 다닐 만한 도로도 거의 없을뿐더러 시속 30㎞ 정도의 속도도 위협으로 느껴지던 시절이었다.

자동차에 대한 인식이 ‘시끄럽고 고장도 잦은 고가 사치품’이라는 데 머물러 있던 때에 자동차를 만들겠다며 대출을 신청하자 은행장은 조용히 손을 들어 창밖을 가리켰다. “저렇게 많은 마차들이 아무 문제없이 거리를 활보하는데 자동차 같은 게 왜 필요하죠?”

“항공기와 전차는 병사들과 말의 액세서리에 불과하다. 나는 잘 기른 말이 훨씬 더 쓸모 있다는 것을 시간이 갈수록 과거 어느 때보다 절실하게 느끼게 되리라 확신한다.” 영국의 육군원수 더글러스 헤이그 경의 이런 신념은 1930년대까지도 영국 육군을 지배하던 일반적인 의식이었다.

문명은 이런 저항을 거쳐 오늘까지 왔다. 신기술과 새로운 시스템에 무지했던 영국이 그 오판의 대가로 히틀러의 군홧발 아래 유럽이 유린당하는 것을 지켜보는 동안, 포드는 신기술과 새로운 시스템을 적용해 자동차 대량생산 시대를 열어나갔다. 이로 인해 가격이 내려가면서 노동자들은 자신이 만든 자동차를 직접 구매할 수 있게 되었고, 대량생산 시대는 자연스럽게 대량소비 시대로 연결되었다.
맥스 부트 지음/송대범·한태영 옮김/플래닛미디어/3만9800원

역사에는 늘 결정적인 순간이 있었고, 그 포인트를 제대로 읽은 개인과 조직과 국가에서부터 역사는 다시 출발했다. ‘Made in War 전쟁이 만든 신세계’는 역사가 받아들인 이들 변혁의 포인트 중 전쟁이 ‘기여’한 부분에 주목한 책이다. 인간과 인간성까지를 포함해 너무나 많은 것을 파괴해온 질 나쁜 ‘행위’지만, 그러나 그가 창조하고 발전시킨 것을 부정한다면 이 순간 당연한 듯 누리는 문명세계의 상당부분에 대해 우리는 할 말이 없게 될 것이다. 전쟁은 그런 것이다.

오늘날의 최첨단 정보통신기술은 미군이 수많은 타깃을 추적하는 것뿐 아니라 월마트의 넘쳐나는 상품을 추적하는 것도 가능하게 하였지만, 전장의 모습과 함께 우리 삶의 모습도 바꾸는 이 정보혁명이 어디서 끝날지는 아직 아무도 알 수 없다.

전투방식뿐 아니라 정치와 사회의 근간을 뒤흔들어놓은 화약혁명, 1차·2차 산업혁명 그리고 정보혁명이라는 네 가지 대혁명의 프리즘을 통해 전쟁과 문명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재미가 적지 않다. 부산한 세밑에 현재진행형의, 스케일 큰 역사책 한 권 권해 드린다.

이도겸 플래닛미디어 편집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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