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하루 5시간 정도는 거뜬히 작업을 할 수 있어.”
그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힘이 넘친다. 89살의 노화백 화실에는 아직도 누드모델이 다녀간 온기가 가득하다. 수십년 누드를 그려왔지만 아직도 그는 여체의 아름다운 매혹을 버리지 않고 있다.
90세를 앞둔 그는 요즘 300호가 넘는 이전의 미완성 대작을 새롭게 남과 여의 하모니즘세계로 다시 다듬고 있다. 이 세상에 있는 우주의 질서를 음양인 남과 여로, 동서양의 추상과 구상의 세계를 그는 하모니즘으로 그 마지막 완성을 위해 열정을 불태우는 것이다.
“몸이 아플 땐 다시 캔버스 앞에 서야 거뜬해져.”
그는 최근 두 점의 신작을 완성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에 그의 영재교실을 통하여 그림을 배웠던 초등학교 어린이가 그린 인물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그 어린이가 그린 작품에 뛰어난 표현력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어린이 작품의 이미지를 본인의 작품에 끌어들이는 150호 정도의 작품을 시작 했다. 마치 프랑스의 장 뒤뷔페가 그의 모든 회화의 진실이야말로 어린이 그림에 있다고 하여, 아르 브뤼라는 미술세계를 구축, 아동그림에 심취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린이 작품의 이미지를 자신의 화폭에 끌어들이는 김흥수 화백. 그에게서 삶은 불꽃을 태우는 것이다. |
노화백은 역사에서 화가로 기억되길 원하고 오직 작품만으로 평가받고 싶어한다. 그래서 거짓말도 모르고 오로지 그림만으로 진실을 말하길 갈망한다.
그는 우리 미술계와 비평계에도 날카로운 화두를 던졌다.
“작품을 감각으로 그리지 않고, 또 보지도 않는 것이 문제야…. 특히 비평가는 책을 보고 비평가가 되어서는 안 돼.”
즉 그림을 보고 평론가가 되어야 진정한 그림을 알고 평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드물게 다혈질적이고 패기와 예술가로서의 자존심을 가진 당당한 화가, 비범한 예술적 기질을 가진 작가, 그가 바로 김흥수 화백이다. 전혁림이 “바다는 나의 전부고 희망이고 노스탤지어”라고 했는데 김흥수에게 여전히 하모니즘은 그가 평생을 통하여 추구해온 그의 영혼이며 그의 인생이다. 노화백의 붓질에 여전히 기운이 넘쳐난다. 예술은 열정이라 하지 않았던가. 화실의 공기마저 요동칠 듯하다.
편완식 문화전문기자 wansi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