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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속의 한국]알파걸… 골드미스… 애완남… 전통적 性역할 해체

관련이슈 [세계일보 창간 19주년] 세계속의 한국

입력 : 2008-02-01 11:48:20 수정 : 2008-02-01 11:4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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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오늘을 사는 한국 남성과 여성은 어떤 모습일까? 직장에서 남자보다 두각을 나타내는 당찬 여성이 최근 늘고 있다. 또 외모를 잘 가꾸는 부드러운 이미지의 남성이 인기다. 시대 변화의 흐름 속에 전통적인 남성·여성의 틀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것’이 요즘 남성·여성의 모습이다.

# 요즘 여자 ‘알파걸과 골드미스’

대학 3학년생인 A(23·신문방송)씨는 과에서 항상 1등이다. 그렇다고 도서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스키 동아리 회장인는 A씨는 영어 실력도 뛰어나 영어말하기 동아리 대표 제의까지 받았다. 주말에는 복지관으로 봉사활동도 다닌다. 지난해에는 에너지 절약 UCC(손수제작물) 공모전, 기업체 브랜드 네이밍 공모전에서 상도 받았다. 3월에는 휴학하고 6개월 동안 기업체에서 인턴 경험을 쌓을 계획이다.

치과의사인 B(34·여)씨는 사회생활 10년차로 연봉이 8000만∼1억원이다. 미혼인 그는 강남의 30평대 아파트에 혼자 살면서 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온전히 자신을 위해 투자한다. 피부·몸매 관리는 기본, 주말마다 골프를 치고 1년에 한두 차례 길게는 보름가량 해외여행을 다녀온다. 쉬는 날에는 분위기 좋은 곳에서 브런치를 즐기고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파티를 연다. 그렇다고 독신주의는 아니다. 마음이 맞는 남성이 나타날 때까지 여유로운 삶을 즐길 계획이다.

A씨는 요즘 말하는 ‘알파걸’, B씨는 ‘골드미스’다. 알파걸은 학업과 운동, 리더십 모든 면에서 남자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 여성, 골드미스는 고액 연봉을 받으며 높은 문화생활을 향유하는 미혼여성을 말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20일 발표한 산업·직업별 고용구조조사를 보면 골드미스는 2001년 2152명에서 2006년 2만7233명으로 5년새 12배나 급증했다.

요즘 여성들은 전통적인 여성상과는 거리가 멀다. 자신의 능력을 키우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지난해 사시 합격생의 35%, 외무고시 합격자 10명 가운데 7명, 행정고시 합격자 절반이 여성이다. 결혼도 ‘필수’가 아닌 ‘선택’이다. 지난해 실시한 한 의식조사에서 미혼여성의 62%가 ‘결혼은 해도 되고, 안 해도 된다’고 응답했다.

안상수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사회는 아직 일부 영역에서 여성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남성들보다 훨씬 독해져야 하고, 10배 노력을 해야 한다”며 “알파걸의 등장은 이런 우리의 세태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요즘 남자 ‘베타남과 애완남’

회사원 C(30)씨는 최근 직장을 그만뒀다. 인터넷 쇼핑몰 사업으로 연간 수입이 억대에 달하는 아내 대신 집안일을 도맡기로 했다. 아내가 사무실에 나가면 아이들을 유치원에 보내고 식사를 챙기며 집안 곳곳을 청소한다. 그는 요즘 인터넷에서 뜬 조리법을 찾아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개인 사업을 하는 D(36)씨는 여성보다 액세서리를 좋아한다. 넥타이핀이나 커프스버튼, 목걸이는 물론이고 착용하지도 않는 반지나 팔찌까지 사 모을 정도다. 머리 스타일이나 옷에도 유독 신경을 많이 쓴다. 벌써 2년째 피부·손톱관리를 받고 있다. D씨는 외모에 신경 쓰면서 사업 파트너들에게 이미지가 훨씬 좋아졌다며 만족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남자는 ‘브레드 위너(Bread Winner)’, 즉 밥벌이 역할이 강조돼 왔지만 요즘은 꼭 그렇지 만도 않다. 아내가 능력이 뛰어나면 과감히 ‘전업주부(主夫)’를 선택하는 남편이 많다. 통계청 조사에서 일하지 않고 육아·가사만 하는 남성들은 2006년 15만명으로 3년 새 42.5% 늘어났다. 미국에서는 성공한 아내를 위해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는 남편을 ‘트로피 남편’이라고 부르며, 영국 선데이타임스는 알파걸을 내조하는 남성을 ‘베타남’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외모에 신경을 쓰는 예쁜 남성의 모습도 대세다. 꽃미남으로 시작해 ‘훈남(친절하고 부드러우며 자상한 미남)’, ‘애완남(여성들이 애완동물처럼 귀여워해 줄 수 있는 남성)’이란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다. 실제 한 케이블TV에 ‘애완남 키우기, 나는 펫’이라는 프로그램까지 등장했다. 출연을 신청한 30대 싱글 여성이 자신의 집에서 20대 남성을 ‘애완견’ 키우듯 보살피며 생활하는 내용이다.

서강대 정유성 교수(교육문화학)는 “남성들이 잃어버렸던 정서적 측면을 되찾고 있다”며 “남성들도 보살핌이나 돌봄 등 그동안 서툴렀던 역할들을 점차 배워나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남녀 다양성 존중 문화 정착돼야

전문가들은 알파걸 등이 갑작스런 현상이 아니라 전반적인 사회 발전 과정에서 어디서나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서울대 배은경 교수(사회학과)는 “우리 사회가 성역할의 해체를 겪고 있는 것”이라며 “여성도 더 이상 남성이 자신을 평생 보장해줄 수 있는 존재로 기대하지 않게 되면서 자기 생을 개척하게 하게 됐다”고 말했다.

여성도 남성과 같은 교육 기회를 갖게 된 것과 수평적인 가정 내 부부 관계의 모습을 보며 남녀 상을 배운 것도 한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국남성학연구회 정채기 회장(강원관광대 교수)은 “남자들은 항상 남자다워야 하고, 여성은 순종적이어야 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각자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혼란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남녀 관련 신조어의 변천

●1998년=▲남존여비(男存女悲):IMF 때 남자는 회사에서 살아남고, 여성은 해고의 슬픔을 겪는 시대상을 반영한 유행어 ▲IMF 처녀:해고될까 봐 결혼한 사실을 회사에 감추거나 결혼을 미루는 여성

●2000년=▲사이버 마초 테러:사이버 공간에서 댓글을 달며 여성을 적대하는 모든 행위

●2001년=▲보보스:사치와 낭비를 꺼리고 직업상 또는 문화·실용적 가치가 뛰어나다고 판단하면 주저 없이 구매에 나서는 30대 안팎의 전문직 종사자들. ▲꽃미남:부드럽지만 때로 남자다운 면모를 보여주는 외유내강형 미남

●2002년=▲취집:취업대신 결혼

●2003년=▲알파어너(Alpha Earner):남편보다 돈을 더 많이 버는 부인

●2004년=▲트로피 남편:성공한 아내를 위해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는 남편

●2005년=▲줌마렐라:신데렐라처럼 아름답고 적극적 성향을 지닌 30, 40대 기혼 여성

●2006년=▲크로스섹슈얼:의상, 머리스타일, 액세서리 등 치장을 즐기는 남성 ▲키티족:인터넷 1세대인 X세대라 불렸던 현재의 20대 중후반∼30대 초중반 미혼여성 ▲된장녀:능력이 없으면서 허영에 차 명품만을 찾는 여성 ▲고추장남:멋 부릴 줄 모르며 사소한 것에 아까워하고 궁상 떠는 남자. 자기관리는 못하고 짠돌이처럼 구는 남성. ▲훈남:훈훈한 남자.

●2007년=▲골드미스:탄탄한 직장과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기계발에 투자하고 독신 생활을 즐기는 30대 여성 ▲알파걸:모든 면에서 또래의 남자들보다 월등한 여성. ▲엠니스족(M-ness):‘맨(man)’과 여성적인 특성을 의미하는 ‘니스(ness)’를 결합한 신조어. 양육과 미용 등 여성적 특징을 두루 갖춘 남성. ▲스완족(SWANS·Strong Women, Achiever, No Spouse):강하고 진취적인 미혼여성 ▲알파보이:뛰어나고 지도력을 갖춘 남성. ▲베타남:알파걸을 잘 내조하는 남성 ▲애완남:애완동물처럼 귀엽고 여성 말을 잘 듣는 남성 ▲나오미족(not old image):안정적인 경제력을 바탕으로 젊은 라이프스타일을 즐기는 30, 40대 여성 ▲하하족(HAHA족·Happy Aging Healthy&Attractive):즐겁게 나이 들며 건강하고 매력적인 중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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