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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문화병] 이사철엔 허리 조심

입력 : 2008-04-05 11:05:02 수정 : 2008-04-05 11: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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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따뜻해지고 이사철이 시작됐다. 이삿짐 옮기는 소음 때문에 휴일 늦잠을 설치는 것은 유감이지만, 새로 이사 온 사람이 떡 한 접시를 들고 찾아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이웃들이 빈 접시에 음식을 채워서 보내는 한국의 이사 풍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흐뭇하다.

그러나 한국 남자들에게 이사는 그리 달갑지 않은 일인 것 같다. 힘쓸 일은 으레 남자 차지이다 보니 엄청난 체력이 소모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운동과 담을 쌓고 살다가 이사 날 하루 내내 무리하게 짐 정리를 하다 보면 갖가지 부상이 속출한다.

특히 허리에 생기는 요추 염좌는 이사철 부상의 단골 메뉴다. 무거운 짐을 들거나 갑자기 허리에 힘을 줄 때 자주 발생하는 요추 염좌는 다친 즉시 허리가 뻐근해져 불편해지기도 하고, 당시에는 별 이상이 없다가 점점 통증이 심해져서 몸을 움직이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한의학에서는 이러한 통증을 좌섬요통이라고 하는데, 옛날 한옥의 마루 밑에 신발을 벗어 놓는 섬돌에 발을 헛디뎌서 허리를 다쳤던 것처럼 생활 속에서 허리를 삐끗해 생긴 요통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대부분 좌섬요통은 관절이나 근육, 인대 등이 손상되어 나타나는 것이므로 다친 관절 부위를 움직이지 않도록 보호하면서 며칠간 안정을 취하면 잘 낫는다. 그러나 염좌가 같은 부위에 여러 번 생기거나 빨리 낫지 않는다면 주의를 좀 더 기울여야 한다. 추간판에서 수핵을 둘러싸는 막인 섬유륜의 일부가 찢어진 경우라면 추간판 탈출증, 일명 허리디스크의 원인이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좌섬요통은 뭉친 근육의 긴장을 풀어주는 침구요법과 어혈을 풀어주는 한약 처방으로 치료가 가능하다. 만성적인 염좌에는 우리 몸이 좀 더 적극적으로 염증을 치료할 수 있도록 봉약침으로 면역력을 끌어올려 준다. 갑작스러운 통증으로 허리나 골반이 틀어져 있다면 추나요법으로 척추의 균형을 잡아주는 치료도 병행한다.

만일 허리를 삐끗해서 움직일 수 없다면 얼음찜질이 응급 처치 1순위다. 얼음찜질로 염좌 부위의 피부를 차게 해 혈관을 수축시키고, 허리 부위는 고정시키고 손이나 발은 가능한 범위까지 계속 움직여주면 몸의 근육이 굳지 않고,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 어느 정도 통증이 완화되었다면 반드시 MRI, 엑스선 등 영상 진단으로 뼈의 이상 여부를 알아보는 게 좋다.

통증이 심해지면 부상 부위를 보호하기 위해 주변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하는데, 이렇게 되면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고, 그러다 보면 통증이 더 심해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된다. 이웃과의 관계도 이와 같다.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제대로 풀지 못하면 사이가 나빠지고 결국 남보다도 못한 이웃이 되기 쉽다. 햇볕 좋은 봄, 새로운 이웃에게 먼저 인사를 건네보는 건 어떨까.

서양인 한의사 라이문드 로이어
자생한방병원 국제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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