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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전시회 갖고 있는 美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

입력 : 2008-06-30 21:53:02 수정 : 2008-06-30 21:5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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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 영상으로 풀어낸 삶과 죽음 “고대 그리스나 로마 사람들은 인간이 죽으면 몸을 떠나 별들이 있는 곳으로 간다고 믿었다. 그래서 밤에 별을 보면 자기 조상을 바라보는 것과 같았다.” 미국의 비디오 아티스트 빌 비올라(57·사진)도 그의 부모가 타계한 후 밤마다 하늘을 바라보며 위로를 받았다고 고백한다. 그가 지난해 베니스 비엔날레 부대행사에서 선보였던 영상 설치작품 ‘해변 없는 바다’를 국립현대미술관에서 10월26일까지 특별전 형식으로 보여주고, 사간동 국제갤러리에서는 31일까지 개인전을 연다.

‘해변 없는 바다’는 이승에서 저승으로 가는 죽음의 이미지를 물의 장막을 통과하는 배우들의 연기를 통해 표현한 작품이다. 국제갤러리에서는 ’해변 없는 바다’를 제작하면서 파생된 ‘수락(Acceptance)’, ‘변형(Transfiguration)’, ‘세 여자(Three Women)’, ‘순결한 자들(The Innocents)’, ‘작은 성인들(Small Saints)’, ‘배열(The Arrangement)’ 등의 작품을 보여준다.

빌 비올라는 대부분 물을 소재로 인간의 죽음과 유한성을 관조적으로 접근한다. “여섯 살 때 뉴욕 북쪽으로 여름 휴가를 갔다가 호수에 빠졌다. 바닥까지 가라앉아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눈을 뜨는 순간 낙원 같은 세계가 펼쳐졌다.” 그는 그의 삶에서 가장 평화로운 몇 초, 그러나 기억 속에서는 슬로모션처럼 매우 긴 시간이었다고 술회했다. 

◇세 여자(Three Women)
“제 작품은 어쩌면 그때 그 장소로 돌아가고 싶은 심정을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비올라는 1980년 일본에서 선수행자인 다이엔 다나카를 만나면서 인식의 전환을 한다.“기독교에서 신은 외적 존재지만, 불교는 우리 각자 내면에 신을 가지고 있고, 우리만이 우리를 구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그는 ‘밖에서 안으로’라는 큰 전환을 맞게 된다. “카메라가 바깥세상의 이미지만을 만들어 내는 도구가 아니라 내 내면 속의 이미지를 보여줄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카메라가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것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명상이 고정관념을 떨쳐버리고 새로운 사고에 도움이 된다는 그는 2005년 인도 다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를 만나기도 했다. “그분의 첫인상은 그분같이 바로 이 순간을 살고 있다는 강렬한 느낌이었다.”

인간의 몸은 영을 잠시 담아두는 도구라고 생각하는 그의 작품은 사실상 ‘인간의 영적 사유’라 할 수 있다. 불교의 선종, 기독교의 신비주의, 이슬람의 수피교까지 망라한 정신적 유산을 비디오에 풀어내고 있다. “촬영은 수용복 광고기법을 응용했다. 비디오에 등장하는 연기자들에겐 별다른 주문 없이 죽음의 시를 읽어 주거나 가족 등 주변에서 겪은 죽음의 경험을 말하게 하는 것이 전부였다.” 수막 통과 때의 연기자 표정은 자연스럽게 나온 것이란 얘기다. 실제로 압력이 강한 수막을 통과할 땐 숨이 막히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수막은 이승과 저승을 가르는 경계지대인 셈이다. (02)733-8449

편완식 문화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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