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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 유적발굴 긴밀한 국제교류 필요"

입력 : 2008-07-01 09:39:29 수정 : 2008-07-01 09:3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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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역사재단, 2일부터 '발해와 동아시아' 학술대회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에서 발굴된 발해 유적.
한국 사학계에서 탈민족주의와 탈역사주의가 본격적인 목소리를 낼 무렵 중국은 주변 역사를 그들의 문화로 여기는 국가적인 사업을 진행했다. 이들에게 주변 민족이 세운 나라는 일개 지방정권일 뿐이었다. 발해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동북공정으로 발해를 당나라의 지방정권으로 둔갑시키는 억지를 부렸다.

이는 7세기 말부터 10세기 초기까지 229년에 걸쳐 동북아 문화의 중심국으로 활동했던 ‘발해’에 대한 모욕이다. 동시에 발해가 다양한 문화를 수용해 당시 동북아에서 보기 드문 문화국가를 이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발해 역사의 소유권을 주장하는 나라는 한국과 중국만이 아니다. 목소리는 크지 않지만 옛 발해 영토에 관한 통치권을 한때나마 행사한 일본과 러시아도 발해사를 논하고 있다. 일본은 제국주의 시절 발해의 옛땅인 중국 동북3성에서 태동시킨 만주국에 대한 기억으로 발해에 대한 미련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옛 발해 영토의 상당 지역을 이어받고 있는 러시아도 발해를 자국의 역사로 여기는 유혹에 빠져 있다.

하지만 발해에 대한 자국중심적 역사 인식에서 벗어날 때라는 주장이 점차 늘고 있다. 특정 국가가 발해 역사를 논의하기에는 발해의 문화와 그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이 공감을 사고 있다. 역사에 순혈주의는 없다. 더구나 21세기는 공존·공생의 철학을 우위에 놓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발해와 그 문화를 논의하는 국제학술대회가 열린다.

동북아역사재단은 2일부터 이틀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발해와 동아시아’ 학술대회을 통해 발해사 연구의 한계를 벗어나려는 노력을 펼친다. 2006년 11월 국내에서 열린 학술대회 ‘동아시아와 발해’에서 각국 학자들이 발해사에 대한 배타적 인식의 타파를 도모한 데 이어 오랜만에 열리는 국제학술대회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과 중국, 러시아, 일본, 몽골 등에서 발해를 연구해온 학자 24명이 참석해 발표와 토론을 한다. 김은국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각국에서 개별적으로 펼쳐온 발해 유적 발굴조사 방식과 성격을 파악하는 자리”라며 “고고학과 역사학 등 주변 학문과 연결해 발해사를 종합적으로 파악하는 계기도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대회 첫날에는 사상 처음으로 발해 멸망 후 거란족이 대거 이주한 몽골 지역의 발해 유적과 문화에 대한 논의가 진행된다. 오치르 몽골 국제유목문명연구소 교수는 발표할 논문에서 “몽골에서 200곳에 이르는 발해 유적이 발굴됐다”며 “10세기 이후 발해 문화가 몽골로 전파돼 큰 영향을 끼쳤다”고 밝혔다. 발해 유적을 통해 그 문화가 몽골에서도 여전히 영향을 끼치고 있는 점을 보여준다.

이튿날에는 연해주의 발해 유적에 관한 종합보고가 이어진다. 송기호 서울대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발해 유적이 주로 북한, 중국, 연해주에 걸쳐 있지만 다른 곳은 접근이 불가능하다”며 “중국 연구자들이 당 문화 일변도에 빠지고 한국 학자들이 고구려 문화 일변도에 빠질 때, 러시아 연구자들은 문화적 다양성에 주목했다”고 평가한다. 이와 관련해 강인욱 부경대학교 교수는 “한국은 발해와 관련해서만 말갈 연구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며 “극동의 원주민 세력인 말갈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한다.

김용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이번 학술대회가 1990년대 이후 각국이 추진해 온 연해주 발해 유적 발굴의 성과와 발전적인 방향을 모색하는 자리”라며 “발해 유적 발굴에 국제적인 교류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확인될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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