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이자 독실한 기독교인으로서 ‘역사는 고백하는 것이다’란 신념을 실천하는 윤경로 한성대 총장. |
25년간 한성대 역사문화학부 교수를 역임한 역사학자이자 친일인명사전편찬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윤경로(61) 한성대 총장이 입을 열었다.
독실한 기독교인인 윤 총장은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소장과 경실련 중앙위원회 의장에 이어 지금도 재외동포교육진흥재단 공동대표, 서울YMCA 시민논단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을 정도로 사회단체 활동에도 부지런히 참여하는 행동하는 학자다.
“이제는 진부하기까지 한 일본의 교과서 왜곡문제를 비롯한 중국의 동북공정, 툭하면 불거지는 독도문제 등은 일종의 역사전쟁을 방불할 만큼 중차대한 국가적 현안으로 대두되었습니다. 여기에 노무현 정부에서 시작된 과거사 청산문제, 즉 일제 식민시기의 친일반민족행위 문제 등이 끊임없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 근현대사의 성찰과 고백’(한성대출판부)을 펴낸 윤 총장은 “우리 사회에 지나간 역사문제가 이렇듯 주관심사가 된 적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며 “얼만 전까지도 우리 사회는 과거사를 심도 있게 돌아볼 만큼의 여유로움을 지니지 못한 탓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민간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친일인명사전편찬 작업의 위원장이라는 직함을 매우 부담스러워하면서도 거절하지 못한 것은 한국 근현대사를 공부하고 가르쳐온 역사학도로서의 책임감 때문이었다”는 윤 총장은 ‘역사는 고백하는 것이다’란 나름의 학자적 소신에 충실하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작금 세차게 불고 있는 세계화 열풍과 함께 밀어닥친 주변 열강의 신국가주의와 신패권주의는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되돌아보지 않을 수 없게 했고, 이에 역사문제가 현실문제로 강하게 다가왔다”고 강조하는 윤 총장은 “안으로는 친일 과거사문제, 밖으로는 일본과 중국을 상대로 역사전쟁을 치러야 하는 전대미문의 역사논쟁에 직면한 것이 오늘 우리 사회의 한 단면”이라고 말했다.
과거사 청산 문제와 교과서 개정 문제 등에 사회가 분열되는 현상에 대해선 “그 문제를 이데올로기적으로 접근하는 건 대단히 곤란하다”면서 “개인이든 국가든 공이 있고 과가 있는 법이기 때문에 광복을 위한 치열한 투쟁의 역사 와중에 있었던 어두운 그늘도 이제는 정면으로 응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학이 아니라 성숙한 사관, 열린 사관으로 보아야 한다는 지론이다. 옳으니 그르니 하는 논쟁도 정치적으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역사화’ 하자고 제안한다. “역사의 심판은 반드시 교훈으로 남겨야 한다”는 주장에선 단호했다.
“역사는 단지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 우리 곁에서 호흡하고 있는 생생한 삶의 일부”라는 신념이 곳곳에 배어나오는 책엔 이밖에 강연과 대담 내용을 묶은 ‘과거사의 고백과 민족사의 전망’, 전덕기·김규식·김양선·언더우드 등 한국 기독교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물을 소개한 ‘한국 기독교인의 삶과 열정’, 한국 기독교사와 관련된 ‘한국 기독교의 사건과 유산’, 서양의 오리엔탈리즘적 시각과 친일변호론에 관한 ‘한국 근현대사의 관심과 시각’ 등 20여편의 글이 실려 있다.
조정진 기자 jj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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