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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에 매달려 엉덩이로 썼어요”

입력 : 2009-03-25 21:49:06 수정 : 2009-03-25 21:4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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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가요 언덕’ 출간한 차인표씨 기자 회견

“일본군 위안부 훈 할머니 보고 집필 결심”
“책은 글재주 있는 사람이 손으로 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 엉덩이로 썼습니다. 쓰면 쓸수록 모르는 게 너무 많더라고요. 허구와 진실이 혼재된 이야기라서 역사적 사실을 일일이 찾아보고 검증하느라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이 걸렸어요.”

차인표(42·사진)가 배우 아닌 소설가로서 기자들 앞에 섰다. 일본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장편소설 ‘잘가요 언덕’(살림)의 출간에 맞춰 25일 프레스센터에서 만난 차인표는 집필과정을 드라마틱하게 설명하면서도 미안한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뜨거운 가슴과 실력을 갖추고 한 권의 책을 내기 위해 오랜 세월 노력하는 작가 지망생과 신인작가들에게 미안하다”면서 “그에 비해 난 연예인이란 프리미엄을 걸고 쉽게 출판하게 된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잘가요 언덕’은 30년대 백두산 자락의 호랑이 마을을 배경으로 엄마를 해친 호랑이에게 복수하기 위해 마을을 찾은 소년 사냥꾼 용이, 마을촌장 손녀딸 순이, 그리고 일본군 장교 가즈오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용서와 화해의 스토리다.

차인표가 이 소설을 집필하는 데 걸린 시간은 10년 정도. 그는 “위안부였다가 캄보디아에서 발견된 훈 할머니의 뉴스를 보고 처음 이 이야기를 떠올렸다”고 했다.

“작은 체구에 동그란 눈의 할머니가 공항에 내리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눈물을 흘렸습니다. 소중한 생명으로 태어난 한 사람이 절대무력에 납치돼 70년 세월을 잃어버리고 인생의 끝무렵에 돌아왔구나 하고 생각했어요. 처음 글을 쓸 땐 우리 할머니들께 파렴치한 짓을 한 사람들의 범죄에 대해 널리 알리겠다는 마음이었는데, 글을 쓰면서 할머니들이 그들을 용서해 주는 모습이 보고 싶어졌어요. 용서를 구하는 사람이 있어야 같은 잘못이 되풀이되지 않을 테니까요.”

틈나는 대로 써서 완성한 초고가 컴퓨터 고장으로 분실되는 우여곡절 끝에 2006년 본격적으로 집필을 시작했다. 작품 배경인 백두산과 나눔의 집에도 다녀왔다.

“글 쓰면서 가장 큰 고비는 하지 마라, 하지 마라 하고 끊임없이 들려오는 내 안의 목소리였죠. 그럼에도 작업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아내 신애라와 큰아들 정민의 격려 덕분이죠.”

한국 역사와 그로 인해 상처 입은 사람들을 그린다는 점에서 그가 2008년 출연한 영화 ‘크로싱’과 ‘잘가요, 언덕’은 같은 선상에 서 있다. 그는 “‘크로싱’ 촬영과 소설 집필을 하면서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가득차 올랐다”고 했다.

“책을 쓰면서 누군가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찰나의 눈물에 그치지 않으려면 그들에 대해 공부해야 한다는 걸 배웠습니다.”

김은진 기자 jisland@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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